[상가시장 봄바람] 주택·토지시장은 막혔고… 상가로 右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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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시장 '봄바람' 솔솔… 투자문의 작년보다 2배 늘어
단지내 상가 수요 탄탄·역세권 근린상가는 환금성 매력
"상가 구입과 관련한 문의가 작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문의 내용도 예전에는 언제쯤 사면 좋겠느냐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돈을 마련했으니 어디를 사면 되겠느냐로 바뀌었습니다.
"(상가정보업체 상가114 유영상 소장) 상가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강력한 주택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비교적 규제가 덜한 상가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은 최근 4년간 분기당 가격 상승률이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진 데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 공개가 가시화하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다.
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것도 상가로 눈길을 돌리게 한 요인이다.
상가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는 40억원이 넘어야 부과돼 '세테크' 차원에서 유리하다.
고정적인 월수입이 가능하고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면 자산 증식 효과 또한 쏠쏠해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입지를 굳힌 매력도 여전하다.
물론 모든 상가가 주목을 끄는 것은 아니다.
테마상가(쇼핑몰)는 공급 과잉 여파로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단지내 상가라도 아파트 단지가 작다는 이유로 유찰되는 물건도 많다.
역세권 상가나 근린상가는 분양가가 너무 높아 적정 수익률 보장이 힘들어져 외면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상가 전문가들은 대기 수요도 많고 물건도 많은데 막상 거래를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입맛에 맞는 상가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소위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상가 시장의 '봄바람'을 타고 쏠쏠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성실한 발품과 꼼꼼한 분석이 뒷받침된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상가는 형태와 규모에 따라 크게 단지내 상가,근린상가,주상복합상가,테마상가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실수요자와 초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 부담이 덜한 상가는 단지내 상가와 역세권 근린상가다.
단지내 상가는 배후에 아파트를 끼고 있어 수요가 늘 고정적인 게 장점이다.
상가 투자 입문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다.
그러나 지난해 동탄신도시 단지내 상가의 입찰 낙찰가가 평당 5000만~8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폭등해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레이크팰리스는 평당 1억2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 분양받으면 수익률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세탁소 슈퍼마켓 등의 근린 업종은 평당 3000만~4000만원이 넘으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곧장 손해로 이어진다.
또 분양가가 싸더라도 아파트 단지 규모가 500가구를 넘지 않으면 재고해보는 것이 좋다.
의왕청계지구 안의 아파트 500가구 미만 단지내 상가는 유찰 사태를 빚기도 했다.
역세권 근린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아 경기의 영향을 덜 타고 환금성이 좋지만 주의사항이 있다.
접근성이 좋아도 가시성이 너무 떨어져 소비층의 발길이 닿지 않거나 이름과 컨셉트만 바꿔 새롭게 분양한다면 투자성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
택지지구 내 근린상가의 관건은 아파트 입주율에 있다.
택지지구는 초기에 교통망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입주가 원활하지 않다.
상권이 정착되기 전까지 최소 2~3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필히 염두에 둬야 한다.
주상복합상가는 아파트와 상업시설 비율이 8 대 2에서 9 대 1로 변경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관심을 둘 만해졌다.
상가 공실이 많은 주상복합상가는 상가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곳에서 발생한다.
입주자의 경제적 수준이 높고 지하철 연결 프리미엄이 있다는 생각에 덜컥 계약을 했다가는 골칫덩이가 되기 십상이다.
테마상가는 여전히 분위기가 사납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대문 남대문 강남 등 대형 상권에서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분양업체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더라도 곧이 곧대로 믿지 말고 상가 활성 계획과 운영업체의 관리능력을 깐깐하게 분석해야 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가는 주택보다 훨씬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대출을 무리하게 얻어 투자하면 공실이 발생하거나 수익률이 저조할 때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여유 자금을 이용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