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尙勳 < 인터브랜드 사장 spark@interbrand.co.kr >

병원에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지난 겨울엔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데도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병원에 가지 않다가 결국은 병원에 실려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나는 몸이 아플 때 얼른 병원이나 약국에 간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요즘은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있어 마음을 열고,약간의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문제를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최대화할 수 있다.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통적인 전문가뿐만 아니라 파티 플래너,큐레이터,브랜드전문가,자산관리전문가 등과 같이 세분화ㆍ다양화한 전문가들이 가까이에 있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번은 지인(知人)끼리 모여 자산관리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름이 꽤 알려진 한 경영학 교수님께서 "가장 똑똑하지 못한 프로 자산관리 전문가가 가장 똑똑한 아마추어 자산관리자보다 장기적으로 이익을 더 많이 낸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존재한다.

지난달 나는 우리회사의 글로벌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그룹 회장이 회의를 끝내는 연설에서"도움을 청하는 것은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공조(共助)함으로써 더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나는 회사를 옮기고자 하는 직원들이 있을 때 적어도 세 사람에게 조언을 들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세 명의 조언자는 가급적 부모나 배우자와 같이 그 결정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하라고 말한다.

만약 그가 내 말대로 세 사람의 조언을 듣고 난 후에도 회사를 옮기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내가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준다. 세 사람의 조언을 받고 내린 결정이라면 충분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내용과는 무관하게 존중하고 지원해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행동하기 전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 때문에 결정에 대한 의심이나 후회를 별로 하지 않게 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문제를 문제로 이해하는 것,주저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것,그리고 결정하면 뒤돌아 보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위한 좋은 습관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