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의 입김을 배제한 금융기구로 제창한 '남미은행'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남미은행'은 상당한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즈가 22일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차베스의 '남미은행' 구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과테말라에서 최근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연례회의에서 로드리고 카베사 베네수엘라 재무장관이 빠르면 내년 초 부터 대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남미은행'은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베사 재무장관은 몇주내로 아르헨티나, 카라카스, 에콰도르에서 실무자 회담이 연이어 열리고 6월 말까지는 최종 계획이 마무리될 것으로 장담했다.

구체적으로 볼리비아의 교육 및 보건분야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준다는 계획도 잡혀있다는 설명이다.

남미은행 구상은 이제 과격한 반미주의를 표방하는 차베스 대통령의 이상에 머물지 않고 남미에서 대국으로 꼽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무게가 실리게 됐다.

'남미은행'이 출범하게 되면 당장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는 IDB와 안데스개발공사(CAF)는 겉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IDB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구들 사이에 경쟁을 하게 되면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분열이 확산되는 것은 자명하고 작년에 이미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의 선거에서 확인했듯이 반미주의의 물결도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남미은행'에 브라질이 가세하면 IDB는 지난 1980년대 남미 국가들의 디폴트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의 자금과 브라질-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의지가 결합을 하면 남미의 어느 국가도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그렇게 되면 기존의 IDB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지지만으로 경우 명맥을 유지하는 최악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남미은행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투자를 기본으로 70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범한다는 기본구상을 세워놓고 있는 데 이는 IDB와 CAF의 각각 40억 달러와 37억 달러의 자본금보다 많다.

물론 IDB는 1천억 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남미은행의 순조로운 출범에 가장 큰 후원자가 될 수도 있고 또 가장 큰 방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브라질이다.

베네수엘라는 브라질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브라질은 마지막 단계에서 망설이는 눈치이다.

이런 와중에서 파울루 베르나르두 브라질 계획장관이 "CAF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남미은행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CAF의 비교적 적은 비용과 유연성이 장점"이라고 평가함으로써 브라질의 본심이 과연 무엇인지 확답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브라질은 또 CAF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다 아르헨티나도 곧 CAF에 6억 달러를 출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미은행' 출범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