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사이트 프로필 보고 접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3일 드라마제작자를 사칭, 연예인 지망생들로부터 소개비 명목 등으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원모(26)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씨는 2004년 6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연예인 지망생 43명에게 접근, 자신을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 본부장 등으로 소개한 후 "드라마에 출연시켜주겠다"고 속여 소개비나 연예인협회 가입비 등으로 2억4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원씨는 이와 함께 올해 1월 `드라마 제작사를 설립할테니 투자하라'고 동창생 현모(26)씨를 꾀어 3천300만원을 가로챘으며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8차례에 걸쳐 술을 마시고 술값 2천700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원씨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인터넷캐스팅 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과 연락처를 올리는 점에 착안, 캐스팅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거나 유명사이트 10여곳에 접속해 범행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중퇴한 원씨는 2003년부터 연예기획사나 영화제작사에서 한 두 달씩 일했고 2005년 가수의 로드매니저로 2주일 동안 일한 경험을 활용해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피해자 43명 중 대다수가 20대 여성들로 1인당 15만∼2천700만원을 원씨에게 빼았겼으며 원씨의 권유로 성형수술을 한 연예인 지망생도 있다고 말했다.

원씨는 또 자신이 국회의원의 아들인데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CEO과정을 마친 재력가라고 주변 사람을 속였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 대부분을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E프로덕션 간부에게 로비하려고 향응을 제공했다"는 원씨의 진술에 따라 사실여부 및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원씨에게 연예인 지망생 6명을 소개한 정모(25)씨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예인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면서 캐스팅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모 사이트의 경우 회원이 27만4천명에 이른다"며 "원씨는 이들 사이트에 게시된 프로필을 타깃으로 삼았고 피해자들은 진짜 제작자인지 확인도 안하고 돈을 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