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당분간 관망 유리"..중립 포트폴리오 추천

중국과 미국발 악재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이후 재테크의 큰 그림을 바꿔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전세계 실물 경제에 미치는 여파와 중국의 긴축 및 엔캐리 자금의 이동 등 변수가 유동성 거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최근 몇년간 진행되던 자금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시장의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흐름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만기가 된 자금이 있다면 무리한 신규투자보다 추후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 경기.유동성 모두 전환점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상황이 실물과 유동성 양 측면 모두 판단이 어려운 시기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세계 경기의 활황,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 가격의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우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가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지고 다시 세계 경기에 악영향을 주면 전세계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 팀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는 최악의 경우 전세계 경제성장률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이같은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몇년간 자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풍부한 유동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문제다.

외환은행[004940] 정연호 WM센터 PB팀장은 "엔캐리 자금의 청산이 본격화될 경우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섣부른 행동은 금물"

대다수 재테크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관망'은 매우 중립적인 표현이지만 최근 몇 년 간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마다 '저가 매입 시기'라고 언급하던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굳이 현재 보유자산을 팔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성급히 사들일 상황도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씨티은행 최유식 도곡동지점장은 "실물경제와 유동성 문제 모두 아직 방향성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금 더 시장을 보고 방향성이 결정된 후에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한상언 올림픽선수촌 지점 PB팀장은 "일정한 수익이 난 상태에서 만기가 돌아온 상품이라면 현금화할 만 하지만 굳이 기존 상품을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약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현금화한 자금은 당분간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중립 포트폴리오 유망

전문가들은 주식.부동산.예금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당분간 유지하되 포트폴리오 내에서 좀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해외펀드의 경우 중국.인도 등 이머징마켓에 치우친 자산의 일부를 일본.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고르게 분산하는 중립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안이다.

하나은행 김 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머징마켓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 같다"며 "이제는 눈높이를 낮추고 선진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정 팀장은 "주식시장이 부담스럽다면 증시와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해외부동산.인프라 펀드나 리츠 상품 등으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