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혐의로 기소된 기업 임직원들은 재판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다.

청춘을 바쳐 일해온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가장 큰 고통이다.

복직이 되더라도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지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직 진급 등 인사에서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무엇보다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주위의 시선을 느낄 때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금융회사 지점장으로 일했던 K씨(53).그는 1998년 불공정 거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2년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어렵게 복직했지만 고난은 그때부터 찾아왔다.

승진에서 누락됐고 한직을 맴돌아야 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결국 복직 1년여 만에 사표를 내고 말았다.

K씨는 "회사에서 임원도 하고 떳떳하게 살고 싶었는데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한순간에 꿈이 망가졌다"며 "나를 수사했던 검사가 승승장구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S은행에서 임원으로 일하던 P씨는 수뢰 혐의로 구속돼 8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2003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천신만고 끝에 회사로 돌아갔지만 그는 불과 몇 달 만에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보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년여의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대기업 임원 K씨(53)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회사 측 배려로 큰 문제 없이 일을 하면서 재판을 받아 결백을 입증할 수 있었다"는 것.하지만 그는 "재판이 진행된 2년간 진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려면 기소 사건이 무죄로 최종 판결나면 해당 검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무죄평정(評定)제도'를 검찰 인사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