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는 "서울광장 꽃샘추위가 가장 매섭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다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 "무능 공무원을 퇴출시킨다"는 엄포를 놓은 직후부터다.

가뜩이나 살얼음을 걷던 분위기는 "3%를 솎아내 혁신시정 추진단을 만들겠다"는 구체안이 나오자 공포분위기로 돌변했다.

당장 흡연실이 텅 비더니,춘곤증도 애써 참는 분위기다.

한 6급 공무원은 "일보다는 낙인효과(烙印效果,labeling effect)가 더 큰 공포"라고 말했다.

9일 아침에는 노조가 나서 "5공 때만도 못한 공포정치"라며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가 초래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객관적 기준도 없이,하급직만을 타깃으로 밀어붙이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퇴출자가 많은 부서장 관리책임도 물어야 공평할 것"이라는 '역책임론'도 제기됐다.

노조 주장도 일리는 있다.

서울시가 얘기하는 퇴출원리가 프로스포츠 인력시장을 연상케 하는 살벌한 '드래프팅(drafting)'방식인 까닭이다.

각 실·국 책임자가 전출시장에 방출한 3%의 '함께 일하기 싫은 직원'중, 타부서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 인물은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생사여탈권을 쥔 부서장에 대한 충성경쟁과,잠재적 구세주에 대한 '로비'가 횡행할 것"이란 노조의 비판도 무리가 아닐 성 싶다.

그러나 혁신안을 곰곰이 뜯어보면 노조의 반응은 어딘지 모르게 '과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태에 직면하기 전,스스로 군살빼기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의문이지만,무엇보다 퇴출 후보 선발 규모가 당초 유력시됐던 10%에서 내부 반발로 대폭 후퇴, 의원면직률(2%) 수준인 3%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설령 갈 곳을 찾지 못해 6개월간의 갱생과정에 투입된다 해도 '반성의 빛'이 인정되면 패자부활도 가능하다.

혹독한 정글법칙을 경험한 평범한 회사원들로서는 그야말로 '교정 캠프'수준인 셈이다.

"자연 퇴사율에 가까운 3% 퇴출방안을 내놓은 서울시나, 행정서비스의 안정성 훼손 등을 운운하며 엄살을 떠는 노조나 공무원답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관우 사회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