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의 37%가 부동산 거래에 다시 쓰인 것으로 드러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보상금이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보상금의 24%가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매입에 집중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의 경우 8.9% 정도가 수도권 부동산 매입에 쓰인 데다 전체 보상금 가운데 실제 부동산 시장에 흘러온 금액은 그간 시중에 나돌던 것보다 미미하다고 분석,시각차를 보였다.

◆수도권 보상금 수도권에 풀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지난해 상반기 전국 131개 지구에서 보상금으로 푼 돈은 수도권 3조4450억원(55곳),지방 3조2058억원(76곳) 등 모두 6조6508억원이다.

보상금 수령자 1만9315명 중 20.6%(3987명)가 본인의 이름으로 2조5170억원(전체 보상액의 37.8%) 규모의 부동산을 거래했다.

가족들이 거래한 금액 7355억원을 합치면 전체 보상금의 48.9%(3조2525억원)가 부동산 거래에 다시 쓰였다.

보상금 가운데 24.2%인 1조6091억원은 수도권 부동산 거래 자금으로 쓰였으며 대부분 수도권 지역의 보상금(1조325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풀린 보상금이 수도권 부동산 매입에 쓰인 금액은 8.9%(2840억원)에 그쳤다.

이로써 지방의 보상금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건교부는 설명했다.

박상우 건교부 토지기획관은 "보상금 수령자 및 가족이 부동산 구입 자금을 전부 보상금으로 조달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실제 보상금이 부동산 구입에 쓰인 규모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구입 자금 대부분이 보상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글로벌21의 강신철 사장은 "상반기 보상금이 정부 말대로 37%보다 적다고 해도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며 "아직 쓰이지 않은 보상금도 향후 부동산 매입용 대기자금 성격이 짙기 때문에 토지보상금은 제도적인 분산 관리 시스템이 안돼 있으면 부동산 시장 불안에 큰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상금으로 7세 자녀에게 3억원 땅 사준 경우도

보상금이 자연스럽게 부동산 매입에 쓰이는 경우는 실제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방 보상자 가운데는 자녀 명의로 서울·수도권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지난해 5월 김포신도시 개발사업으로 6억원을 보상받은 A씨는 석 달 뒤에 서울 강남의 땅을 일곱 살짜리 자녀 이름으로 3억원에 구입했다.

택지개발사업으로 대전 유성구의 땅이 수용돼 4억원을 보상받은 B씨는 대출 등을 포함해 자녀(27세) 명의로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를 4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보상금 종합 관리

건교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토지보상금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감정평가사가 토지 평가시 공시지가 외에 다른 요인을 감안할 경우 구체적인 근거를 소명해야 한다.

또 사업시행자가 자체적으로 보상 평가 심의기구를 설치해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하반기부터는 감정평가사의 자격등록제를 도입,5년마다 등록을 갱신토록 했다.

불법을 저지른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는 징계 수위를 강화한다.

또 보상금 수령자와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연 2회 정기적으로 조사,보상금의 부동산 투기 자금화를 차단하는 동시에 보상금 유동성 감축과 보상 방식 다양화,부실 과다 평가 방지 등 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