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징표로 상대방에게 줬던 결혼예물은 이혼할 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최근 나왔다.

서울가정법원은 1년9개월간의 짧은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자 예물로 줬던 반지와 귀고리 등 3100여만원에 달하는 귀금속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낸 S씨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결혼 예물은 혼인의 성립을 증명하고 양가의 관계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일찍이 1996년 이 같은 판례를 확립했다.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물 반환 의무를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나,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부부관계가 성립하고 후일 혼인이 해소되어도 그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예물은 안 되지만 전세자금이나 혼수품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판결은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2001년 결혼 9일 만에 친정집으로 돌아온 A씨가 전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혼수품 반환 소송에서 "예물을 제외한 가전제품,주방기기,가구 등 혼수품 일체를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실제적인 부부생활에 이르지 못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만큼 혼수품의 소유권은 원고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005년 서울에 신혼집을 얻어 줬다가 딸이 결혼 6개월 만에 갈라서자 사위인 이모씨를 상대로 1억1000만원의 전세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한모씨 사건에 대해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장인이 전세 자금을 준 것은 상당 기간 결혼 생활이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결혼 6개월 만에 부부 관계가 파탄났다면 이를 돌려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처음부터 혼인 의사가 없었다면 결혼예물도 돌려받을 수 있다.

서울고법은 2004년 옛 애인을 못 잊어 결혼식장에 나오지 않은 신부 측을 상대로 신랑 측이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여성은 남성 쪽에 위자료 2500만원을 지급하고 남성은 가전제품 및 예물 등을 돌려주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