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이자 벅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76)이 올해의 화두로 '예상치 못한 리스크(위험) 관리'를 내세웠다.

버핏은 1일(현지시간) 벅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벅셔해서웨이의 투자자산을 책임질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찾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시장위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은 갈수록 비정상적이고 심지어 기괴하게(bizzare) 움직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단 한 번의 큰 실수가 오랫동안의 성과를 까먹어 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자신의 후계자는 나타나지 않은 심각한 위험을 인지하고 회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지적,앞으로 닥칠 위험이 상상도 못할 만큼 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재된 위험은 각종 금융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첨단 금융기법으로도 회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며 앞으로 닥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투자전략의 최대 화두임을 강조했다.

장기 가치투자의 달인답게 버핏은 "최근 좋은 성과를 냈거나 우수한 두뇌를 갖춘 사람보다는 장기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후계자로 적임자이지만 이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후계자의 구체적 자질로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과 정서적 안정감을 갖춰야 하며 사람과 기관투자가들의 행동 양식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래야만 장기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자신과 똑같은 '또 다른 워런 버핏'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 말 현재 벅셔해서웨이는 610억달러의 주식과 280억달러의 채권,430억달러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총 132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할 CIO로 버핏은 젊은 사람이나 여성을 고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버핏은 오랫동안 벅셔 자회사인 가이코(GEICO)에서 25년간 투자를 책임져 온 루 심슨(70)을 자신이 원하는 후계자 스타일이라고 꼽기도 했다.

벅셔해서웨이는 버핏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을 명목상 후계자인 비상임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한 상태다.

실질적으로 벅셔해서웨이를 운영할 최고경영자(CEO) 후보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이사회에선 이미 결정했다.

여기에다 유능한 CIO를 뽑음으로써 관리와 투자를 구분하고자 하는 게 버핏의 의지로 해석된다.

버핏은 미국 경제와 파생상품 등에 대해선 작년의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미국 경제의 경우 "개인들의 부채가 과도하고 미 무역적자가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기를 기대하는 게 단지 소원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도 달러화는 약세를 띨 수밖에 없다"며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 대신 외국통화 비중을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 인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리한 외환 직접투자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파생상품에 대해선 "파생상품도 주식이나 채권처럼 때때로 엄청나게 잘못 평가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169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주식의 장부가치는 18.4% 상승했다.

이로써 벅셔해서웨이가 출범한 1965년부터 작년까지 주식가치가 매년 21.4%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연평균 상승률(배당금 포함) 10.4%보다 11.0%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벅셔해서웨이는 73개 자회사와 21만7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