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조선소가 건조한 선박 명명식에서 선주(船主) 측이 아닌 조선소측 관계자가 행사의 주인공 격인 선박 스폰서를 연이어 맡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프랑스 CMA-CGM사의 1천7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현대중공업에서 18년간 선박의 품질보증 업무를 담당해오던 박병희(37.여)씨가 선박 스폰서로 나섰다.

이는 우수한 품질의 선박을 만들어준 현장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북돋워주고자 선주 측에서 특별히 박씨를 스폰서로 초청한 것.

이에 앞서 지난달 8일에도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같은 선주의 5천1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선박 의장업무 베테랑인 황순옥(56.여)씨가 스폰서로 초청돼 '푸른 고래(Blue Whale)'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9월에는 선주인 독일 콘티사가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노사분규 없이 생산활동에 매진, 예정된 납기보다 2개월 앞당겨 인도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노조위원장 부인에게 4천3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 스폰서를 맡기기도 했다.

이같은 조선소 관계자에 의한 선박 명명은 조선소 측에서 건조가 완료된 선박을 선주 측에 인도하면서 열리는 명명식에 통상 선주의 부인이나 딸 등 선주 측 관계자가 스폰서로 나서는 관례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인 일.
1995년 10월 삼성중공업의 용접사인 김점순(53.여)씨가 싱가포르의 NOL사가 발주한 4천4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 스폰서로 초대된 이래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건조한 선박 명명식에 조선소 측 관계자가 스폰서를 맡았던 것은 십여 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명명식은 원래 해운사인 선주 측의 행사인 데 조선소 직원들이 스폰서로 초대되는 것은 그만큼 선주가 우리 조선기술과 선박품질에 만족해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명명식에 여성이 스폰서로 나서는 것은 예전 바이킹족이 선박을 새로 건조하면 바다의 신에게 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