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집값 안정세가 뚜렷해지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수도권에서는 그동안 인기아파트 1위로 꼽혔던 고가 주상복합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 분양된 주상복합은 실수요자들이 고분양가에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외면하는 바람에 대규모 청약미달 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양가가 높을수록 청약열기가 더 뜨거웠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반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는 청약률과 계약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수요가 1·11대책 이후 더 줄어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중·소형은 "기회있을 때 잡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1·11대책 이후 이날까지 청약을 받은 수도권 민영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8개 단지 가운데 1순위에서 마감된 곳은 3개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래미안 종암2차'(296가구,25∼43평형)와 '길음뉴타운 6단지 래미안'(19가구,23평형) 등 재개발 일반분양아파트 두 곳,수도권에서는 경기 '서수원 자이'(585가구,32평형)단지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이들은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20∼30평형대가 주류이며 분양가구 수가 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11대책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것과 관련,분양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이에 못지않게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로 "인기지역 중·소형 아파트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 잡아두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가 주상복합은 3순위에서도 청약이 마감되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국내 최고 분양가(평당 3395만원)로 화제를 모았던 주상복합 '서초 아트자이'(164가구,54∼101평형)는 3순위 청약까지 70가구가 최종 미달됐다.

남산조망권으로 주목받은 '남산 플래티넘'(236가구,53∼92평형) 역시 청약자 수를 채우지 못했다.

선착순 계약 비중이 높은 고가 주상복합의 특성도 감안해야겠지만,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가격이 비싼 중·대형 아파트를 급하게 잡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에 따른 결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분양가가 최대 변수

이 같은 분양시장의 인기판도 변화에는 무엇보다 분양가 수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아파트는 종전보다 분양가가 낮아지는 데 반해 고급 주상복합의 분양가는 오히려 높아져 실수요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18만원이었던 수도권 주상복합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12월 2514만원,올해 1월 2611만원,2월 2681만원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반면 수도권 일반 아파트의 분양가는 지난해 11월 평당 평균 1400만원을 기록한 뒤 12월에는 1066만원,올 1월 962만원,2월 849만원으로 내림세다.

작년 12월 시흥 능곡지구,올 1∼2월 용인 흥덕·의왕 청계·용인 구성지구 등 택지지구에서 종전보다 분양가가 내린 아파트 분양이 잇따랐다.

◆지방은 미분양 늘어 고전

한편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미분양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지방 미분양물량은 4만7625가구로 지난달(4만6279가구)보다 2.9% 늘었다.

광주(5332가구.6503가구)·전남(2901가구.4394가구)·충북(1855가구.2292가구) 등의 미분양이 많이 증가했다.

이를 반영,전국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528개 단지 4만9780가구로 지난달(4만8692가구)에 비해 2.2%(1088가구) 늘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