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상승행진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마디로 위기를 버텨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자본'인 혁신(innovation)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이메일 항생제 TV FM라디오 PC 휴대폰 자기공명촬영장치는 물론 컨테이너 선적 시스템에 이르는 혁신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이런 혁신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왔으나 최근엔 강조점이 변하고 있다. 구글에서 'CEO'와'효율성'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CEO'와 '혁신'의 검색결과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혁신에 달렸다. 물론 효율성으로 얻은 주도권을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켜 가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혁신을 가능케 한 생동하는 비전을 잃으면 안된다. 그러면 주도권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지를 듣다 보면 혁신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혁신사례라고 언급되는 것들도 실은 기존 비즈니스를 잘 경영하거나 이익을 늘려주는 테크닉일 뿐인 경우가 많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유용하지만 혁신이나 변화,특히 시스템적인 변화와는 근본적으로 관련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혁신''혁신가'라는 개념을 진정한 변화를 위한 표현으로 남겨둬야 한다. 조지프 슘페터가 혁신을 기업가정신(enterpreneurship)으로 정의하고 피터 드러커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의 기업가정신은 어떤 것도 혁신시키지 못할 수 있다.

어떤 기업가(enterpreneur)는 혁신의 '적'인 경우도 있다. 전자업체인 RCA를 이끈 경영자인 데이비드 사르노프는 전통적 의미의 기업가였다. 하지만 그는 FM라디오를 도입하고자 한 혁신과정에서 '적'으로 역할했다. 그는 AM라디오 기술 도입과 방송에 엄청나게 투자했기 때문에 FM라디오라는 혁신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2차대전 뒤 사르노프는 컬러TV 시스템을 개척하는 혁신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파일로 판스워스가 개발한 전자TV(electronic TV)의 혁신을 또다시 가로막았다. 결국 사르노프는 판스워스의 특허를 사야 했지만 뻔뻔스럽게도 자신이 'TV의 아버지'라는 명예를 독차지하려 했다.

혁신가의 노력이 간과되거나 혁신의 의미가 잘못 전달될 때 그것은 단지 형평성의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로 인해 혁신의 진정한 의미와 혁신가의 뛰어난 자질이 왜곡되고 만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또 하나 문제는 대기업 연구소에 있다.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벨연구소나 생명공학 연구소를 대표하는 몬산토 등은 물론 비생산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컨테이너 개념을 발명한 맬컴 맥린 같은 개인들의 혁신 노력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 뻔 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인 해롤드 에번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방식'(The American Way)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것을 옮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