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힐 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할 만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6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3~5일 서울 방문기간 국내 유력 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것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힐 차관보는 방한 기간 카운터파트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심윤조 외교통상부 차관보 외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유력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휴일인 지난 4일 송 장관과 조찬을 함께 한 데 이어 같은 날 이 전 시장과 시내 모처에서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 행사에서는 한명숙 국무총리가 송 장관과 힐 차관보를 나란히 세워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가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천 본부장과 심차관보를 만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몇단계 상급자인 송 장관과 비공식 조찬 회동을 가진 것은 외교관례상 일상적인 일은 아니라는게 외교가의 평가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송 장관과 힐 차관보가 폴란드 대사를 함께 지냈고 9.19공동성명 합의 당시 양측 수석대표를 역임하면서 쌓은 개인적 친분이 상당함에도 외교부는 두 인사의 회동 사실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 전 시장이 힐 차관보를 만난 것은 더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어떤 경위로 회동이 성사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6자회담을 코앞에 둔 미측 협상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만난 사실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해 보인다.

힐 차관보와 고위 인사들간의 회동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두가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힐 차관보가 최대 외교현안인 6자회담에서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담판'을 지어야할 상황인 만큼 여러 인사들이 그를 만나 우리 입장을 전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그가 알렉산더 버시바우 현 대사에 앞서 주한 대사를 역임한 미 국무부내 대표적 `지한(知韓)파'인 만큼 유력인사들이 그를 만나는 것은 권장할 일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 국무부내 대한(對韓) 외교의 실무 책임자라는 힐 차관보의 무게감이 있지만 차관보급인 그가 적정 수준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