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임대주택 공급확대 재원으로 '임대주택펀드' 설정 계획을 밝히면서 자산운용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임대주택펀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함께 설립하는 것으로, 장기자금 운용 기관에서 빌린 돈을 재원으로 임대주택 사업시행자에게 출자한 뒤 건설 후 주택매각을 통해 원금을 갚는 구조다.

펀드에 돈을 빌려줄 주체로는 국민연금과 우체국 금융, 농협, 생명보험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관을 '재무적 투자자'로 표현 했지만 금융시장의 '투자' 개념보다는 자금을 융자하는 형태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정부측이 이들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데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이들 기관에 제공되는 수익은 국고채 유통수익률에 약간의 추가수익(1% 내외)이 더해지는 수준이다.

현재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유통수익률이 연 5%대 초반에서 형성돼 있는 만큼 임대주택펀드 수익률은 대략 연간 6%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임대주택펀드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무위험' 수익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위험을 감수하며 자금을 운용해온 기관투자자나 개인들에게 매우 훌륭한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임대주택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데다 투자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채권시장은 물론 채권형 펀드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공산이 크며 부동산 펀드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형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평균 4.71%에 불과했고, 2005년에는 1.9%에그쳤다.

또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임대주택펀드에 투자하게 되면 국채 매입 여력이 일부 줄어들기 때문에 채권 및 채권형 펀드 시장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더욱이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스(PF) 형태로 운용되는 부동산펀드도 연간 수익률이 6∼7% 수준인데다 위험부담도 있어 임대주택펀드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펀드의 연간 설정 규모가 7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채권시장이나 펀드 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일정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펀드가 펀드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채권형펀드나 부동산펀드 등으로부터 일정부분 자금 유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자금조달을 위해 재정을 통한 수익률 보전 수단까지 동원한 것은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는 "정부측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재정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