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직 급증..규제강화-'악역'등 부담 때문

월가 재무책임자(CFO)가 갈수록 고달파지면서 이직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사실상의 2인자로 군림하면서 회사의 돈줄을 좌지우지해온 영광의 뒤끝에 이제는 날로 강화되는 회계 규정으로 인해 한쪽에서는 이를 준수하고 다른 쪽에서는 최대한 규제를 피해가야 하는 이중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맘고생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악역도 대부분 CFO의 몫이 되고 있으며 잘못하면 그 책임을 지는 희생양이 되는 일도 적지 않아 CFO의 매력이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CFO들도 요즘 상황이 어렵다면서 대표적 사례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알바로 데 몰리나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채택된 회계규정 강화에 관한 사베인-옥슬리법 때문에 "숨막힐 것 같다"고 주변에 하소연하다가 결국 지난달 사퇴의 길을 택했다.

씨티그룹의 잘나가던 CFO 살리 크라크첵이 지난주 사직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는 CFO가 "끔찍한 경험"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그만둬서 너무 맘이 편하다"고 말했다.

크라크첵은 전에 했던 자산관리책임자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기업경영 전문분석기관 리버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장기업 CFO 약 2천300명이 퇴직했다.

이는 한해 전의 1천870명보다 늘어난 것이다.

리버룸 관계자는 "CFO란 직업이 요즘처럼 고달픈 적이 없었다"면서 사베인-옥슬리법이 옥죄는데다 CEO와 주주, 그리고 투자자의 눈치 보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CFO가 더 이상 '원맨'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CFO 매거진 관계자는 "CFO를 혼자 수행하기가 힘들어졌다"면서 따라서 "전문가팀이 CFO 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CFO가 기업 스캔들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인사문제 전문분석기관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관계자는 "CFO가 나쁜 소식은 도맡아 전달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면서 경영 스캔들에 휘말린 CEO가 "본인은 몰랐던 일"이라고 발뺌할 경우 그 책임을 몽땅 CFO가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FO 본인이 알았건 몰랐건 간에 희생양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최근 월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스톡옵션 백데이팅(기준 주가를 정하는 시점을 조작하는 것) 스캔들도 더 많은 CFO가 퇴진할 것임을 예고한다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재 16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챌린저 관계자는 그러나 CFO 이직이 높아진다고 해서 CFO란 자리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면서 여전히 성취감이 상대적으로 높고 또 금전적 보상도 큰 점을 기대하는 많은 젊은 인재가 CFO 되기를 갈망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