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범죄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인 로버트 윌리엄 픽튼(57)이 49명의 여성을 살해했음을 자백했다고 22일 시작된 공판에서 검찰이 밝혔다.

캐나다 통신(CP)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데릴 프레빗 검찰 기소관은 이날 뉴 웨스트민스터 법원에서 열린 재판 모두진술을 통해 "픽튼은 49명의 여성을 죽였다고 경찰 수사관과 교도소에 투입된 재소자 위장 수사요원에게 진술했으며 그 내용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픽튼이 "50명을 채운 뒤 살인을 그만두려 했으나 일을 망치는 바람에 1명을 남겨놓고 붙잡히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배심원단에게 밝혔다.

검찰은 이어 픽튼의 농장에서 발견된 신체 일부에서 채취한 DNA 증거가 희생자들과 일치하며 현장에서 범행도구와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발견되는 등 픽튼이 범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측 진술은 특히 픽튼 검거 당시 냉장고에서 인간의 뇌를 담은 5갤론 짜리 양동이 2개와 두개골을 톱으로 자른 뒤 수족을 삽입한 사체 일부, 다량의 뼈와 장기, 피가 담긴 쓰레기통이 발견된 점 등 충격적인 범행현장의 일부를 묘사했다.

26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픽튼은 재판부가 심리를 나누기로 함에 따라 우선 시리나 아보츠웨이 등 6건의 1급 살인죄에 대해 재판을 받은 뒤 나머지 20건에 대해 추가로 재판을 받게 된다.

제임스 윌리엄 판사 주재로 개시된 공판에는 3백5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북미 최악의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검찰에 이어 변호인측 모두진술에 나선 피터 릿치 변호인은 12명의 배심원들에게 "픽튼은 여자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검찰측 진술에 압도되지 말고 비디오 자료 등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객관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5년째 구속상태인 픽튼은 이날 피고인석에 출석해 검찰과 변호인의 모두진술을 들으며 간혹 메모를 하는 모습이었으며, 배심원쪽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픽튼과 변호인단은 1차로 기소된 6건의 1급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240여명의 증인과 DNA 자료 등 수만건의 증거물 채택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사건 공판은 사실관계가 워낙 방대한데다 추가 수사와 물증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려 용의자 검거 이후 5년만에 열리게 됐다.

픽튼은 1995년 이후 밴쿠버 시내 슬럼가 매춘부들을 포트 코퀴틀람에 있는 자신의 돼지농장으로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지난 2002년 2월 붙잡혔다.

경찰은 실종여성사건 수사에 나선지 2년여만에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 불법무기 소지 영장으로 픽튼의 농장을 수색하면서 그를 용의자로 검거했다.

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희생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잔혹한 범행수법이 일부 알려지면서 사회를 경악케 했다.

픽튼이 살해한 희생자의 인육을 돼지에게 먹였으며 그 돼지고기가 시중에 유출됐다는 엽기적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사건 수사는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이미 기소된 26건 외에 다른 범행이 추가로 기소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이 '49명 살인' 주장을 제시함에 따라 재판은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파악한 밴쿠버 슬럼가의 실종자수는 60여명에 이른다.

(밴쿠버연합뉴스) 오룡 통신원 or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