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피를 말리는 승부의 세계인 증권시장에서 대(代)를 이어 주식사랑을 지켜가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이 50년을 넘어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아버지에 이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외국의 경우는 여러 대에 걸쳐 자본시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고객들까지 물려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거래소 변상무 유가증권시장 부본부장(54)는 지난 30년간 증권시장에서 한 길을 걸어온 정통 증권맨이며, 아들 변정모(26)씨는 지난해 7월 삼성증권에 막 입사한 새내기다.

변 부본부장은 지난 78년1월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 동서증권을 거쳐 교보증권 전무이사를 역임했으며, 2005년 1월27일 증권선물거래소 출범과 더불어 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아들은 삼성증권 입사 후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현재는 해외주식파트 주임사원으로 근무중이다.

변 부본부장은 당초 아들이 공부를 계속해 대학에 남기를 원했으나 아들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택하는 등 일찌감치 차곡차곡 한국 자본시장에서 일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변 부본부장은 "아들이 적성에 맞는다며 대학입학 때부터 진로를 결정해 놓았던 것 같다"면서 "아들이 입사한 후 '자본시장은 철저히 공부해 전문지식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말 그대로 프로의 세계인 만큼 마음을 굳게 가지라'고 조언했지만 잘 해낼지 은근히 걱정도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한국투자증권 홍보실 문춘근(38) 차장의 경우 장인인 박정인(62)씨에 이어 증권가에서 대를 이어 일하고 있다.

70년대 재무부 공무원(증권보험국) 출신인 박씨는 한국투자신탁(현재 한국증권) 국제부와 서울 충무로지점장, 광주지점장을 거쳐, 90년도에 주식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또 96~99년 같은 회사 상무를 지냈으며, 99년에는 주은투자신탁운용 사장을 역임 했다.

지난 94년 구 동원증권에 입사한 문 차장은 2005년 동원과 한투증권이 합병하면서 자연스레 장인이 근무했던 회사인 한국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문 차장은 "장인이 증권업계 대선배로서 향후 진로문제 등과 관련해 정말 요긴한 조언들을 해주시기도 하고, 특히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인 업계의 생리를 잘 아시는 만큼 건강 등을 걱정해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에는 대를 이어 주식시장과 사랑에 빠진 부녀가 있다.

1974년 메리츠증권의 전신인 한일증권에 입사한 이후 34년째 증권맨인 김종인(59) 투자상담사와 메리츠증권 반포지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김지양(31) 대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메리츠증권에서 자산운용부문 임원까지 역임한 그는 증권가에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98년 퇴직한 후 메리츠증권의 투자상담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본사 영업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딸 김 대리는 2000년 메리츠증권에 입사한 이후 영업본부와 인사팀, 마케팅팀 등 본사 부서를 거쳐 현재는 반포지점에서 주식시장과 씨름하고 있다.

김 대리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로 처음에는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었지만 피는 못 속이는 법.
그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주식영업을 하고 싶어 지점 발령을 자원했을 정도로 주식시장 사랑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이밖에 과거 건설증권의 김상수 전 사장의 아들인 김지준(33)씨가 현재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2000년 1월에 입사했으며 차세대 경영 리더를 키우기 위한 대우증권 사내 교육프로그램인 미래경영위원회에 참가해 현재 베트남에서 연수 중이다.

또 증권선물거래소 옥치장 유가증권시장 본부장과 현대증권 김지완 사장의 아들들이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고 있는 증권맨이며, CJ자산운용 나효승 사장의 딸(25)은 2004년 1월 대우증권에 입사, 현재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