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서 여성 최초로 전무로 승진한 최인아 제일기획 제작본부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시기에 더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알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전무는 1984년 제일기획 공채로 입사해 카피라이터로 광고업무를 시작한 이후 '프로는 아름답다(베스띠벨리)','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삼성카드)'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으며 1998년에는 깐느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에 위촉되는 등 국내 광고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그룹내에서도 항상 '최초' 수식어를 달고 다닌 그는 2000년 제일기획 제작본부 담당 이사로 승진하며 그룹 최초 공채출신 여성임원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01년 상무보로 승진했으며 2002년에는 광고계 대가에게 주어지는 '마스터'로 최초 선임되기도 했다.

다음은 최상무와의 일문일답.

--삼성그룹 내 최초로 여성 전무가 된 소감은.
▲책임감이 제일 크다.

2000년에 상무로 승진했을 때에는 개인적으로도 영예라고 생각해서 기쁘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이번에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할 일이 많은 시기에 승진하게 돼 부담이 크다.

중요한 부문에서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더 힘써서 일하겠다.

--그룹 내에서나 광고계에서나 항상 '여성 최초'나 '최고' 수식어를 달고 다닌 만큼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여성으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가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다.

여성으로서 진급을 할때나 중요한 캠페인을 진행할 때마다 '모범 사례' 없이 늘 모든 문제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를 돌파했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성취감은 더 컸다.

나 자신이 하나의 '샘플'이 돼야 한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고 '내가 주저앉으면 따라오는 후배들도 주저앉게 된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해왔다.

또 그러한 책임감이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위치로 이끌어준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이나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광고 캠페인이 있다면.
▲ 1991년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카피가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수동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던 차에 여성의류 광고를 맡아 '잘 만났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다.

'프로'라는 전문 사회인의 이미지를 여성과 연결지은 광고는 처음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반향도 컸고 사회적으로도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의미가 깊다.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도 현업에서 손을 떼지 않았는데 전무로서는 제일기획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2000년에 임원으로 진급하고도 직접 광고주와 접촉하는 등 현업을 지속해왔지만 작년 11월 제작본부장을 맡고 나서는 매니지먼트쪽에 전념하고 있다.

일단은 후배들이 더 신나게 일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광고 현업에 대해서는 당분간 리뷰 형식으로 의견개진을 하는 선에 머물 것 같다.

--제일기획이 국내 광고업계에서 부동의 1위이긴 하지만 삼성그룹 내부 광고에 지나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고 새 성장동력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를 검토중이지만 아직 자세히 말할 단계는 아니다.

업계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심정으로 여러가지 구상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

--제일기획이나 삼성그룹 내에서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의 전범이기도 하다.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고업에 종사하면서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사회생활도 브랜드를 키우는 것과 똑같다.

중간에 어려운 일도 많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보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힘있고 오래가는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