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前 위원장 비리 혐의로 입지 바닥
노사대화 성사 18일이후 파업축소 기대


성과금 차등지급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노조의 불법파업 사태가 16일 시작된 노사 대화와 이헌구 전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명분 찾기에 골몰하던 노사가 일단 대화하기로 했고 제10대 집행부의 이헌구 노조위원장이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도중 회사로부터 "파업을 철회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 노사가 모두 이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담을 안게 돼 사태의 돌파구가 기대되는 것이다.

"성과금을 내라"는 노조에 대해 회사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하면서도 이미 가정통신문을 통해 "올해의 위기를 극복하고 값진 결실을 맺게 될 때 예년 이상의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다"며 미지급 성과금을 사실상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대화를 통한 합의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16일 오전 울산공장에서 간부들끼리 만나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자 회의를 이날 오후부터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노사 실무자들이 성과금 차등지급 문제의 해결 방안과 사후조치 등에 대해 논의하고 결단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노사 대표자가 만나 결정하기로 했다.

노조가 지난해 임금협상 교섭위원들이 전원 참석하는 '보충교섭'을 고집하던 태도에서 한 발 물러나 대화하기로 한 것은 파업에 대한 범 국민적 비난여론이 드세지고 있는데다 이날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의 비리 혐의가 갑자기 드러난 것이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10대(2001년 9월~2003년 12월) 집행부의 이헌구 노조위원장은 임금협상 파업을 이끌던 지난 2003년 회사 측 고위임원으로부터 "파업을 철회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날 검찰에 의해 전격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으로서는 10대 집행부 당시 노조 사무국장으로 핵심간부였기 때문에 도덕성을 강조하는 노동조직의 특성상 결코 이헌구씨의 금품수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시각인 것.
울산지역 범시민단체와 경제단체 및 기관, 전국 각지에 산재한 협력업체 등 범국민적인 '불법파업 중단' 및 '대화' 촉구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노조로서는 전임 위원장의 비리까지 불거져 비난 여론이 드세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자 서둘러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되었다.

정부가 노조의 파업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회사로부터 고소돼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유기 노조위원장에 대해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하는 등 검찰과 경찰, 법원의 의법조치가 임박해지자 노조로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노조는 회사에 보낸 보충교섭 요청서에서 "어떻게 하면 울산시민과 전 국민의 염원대로 노동조합의 최후 선택인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뇌하고 있다"고 밝혀 국민적 비난여론을 매우 의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회사의 입장도 노조 못지않게 다급해 졌다.

파업에 따른 대내외적인 이미지가 계속 실추되면서 생산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하루라도 빨리 파업을 중단해야 하는데다 노조가 일단 '교섭위원 전원 교섭'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기 때문에 더 이상의 명분보다 회사의 살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금까지는 합의서를 위반한 성과금 요구와 시무식 폭력, 불법 잔업거부 및 파업 등으로 전 국민적 비난이 노조에 만 쏟아 졌으나 이날 이헌구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혐의가 터지면서 회사가 '노무관리'를 위해 거액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 해 연말 성과금을 차등지급한 것과 관련해 윤여철 사장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수 차 강조했지만 그동안의 노사관계에서 회사 측도 원칙과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다는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처럼 다급해진 노사는 결국 서둘러 대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날부터 대화에 나섰기 때문에 조만간 서로 명분을 주는 선에서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회사는 이미 밝힌 대로 '연말의 값진 성과'를 전제로 성과금 추가 지급에 해당하는 '예년이상의 보상'을 해주고 노조는 어떤 형식으로라도 연말성과를 약속하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하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17일로 예정된 노조의 파업은 예정대로 강행하더라도 18일 이후의 파업강도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기대다.

그러나 그동안의 파업에 따른 생산손실과 조합원 임금손실이 엄청난데다 회사 측이 노조를 상대로 고소와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번 사태가 꼬일대로 꼬인 상태여서 노사가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