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에 부원장 구속..前 원장까지 검찰 소환될 수도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상호신용금고 인수와 관련,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으로부터 2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8일 구속되고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가시화되면서 '금융검찰' 금감원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감원은 얼마 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전·현직 간부들이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임원이 로비에 연루돼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금감원 현직 임원이 구속된 것은 2000년 김영재 당시 부원장보가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구속된 이후 두 번째다.

김 부원장보는 그 후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검찰이 김씨에게 김 부원장을 소개해 준 이근영 전 금감원장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금감원 전직 수장까지 검찰에 불려나가는 '불미스러운'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또 7일에는 사실상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일까지 일어났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 등과 관련해 검찰이 기관 협조 형식으로 금감원의 자료를 제출 받아 조사한 적은 있으나 영장을 통한 정식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추가로 금감원 간부 2~3명이 김씨 로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것도 금감원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렇듯 줄줄이 악재가 터져나오고 있어 검찰이 밝힌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일선 금융기관의 부정을 엄중 감시하는 금감원의 위상이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금감원은 김 부원장이 긴급체포된 다음날인 6일 윤증현 금감원장 주재로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고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으나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윤 원장은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 직원 1천300여명은 8일 김 부원장의 구속에 신중을 기할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결국 영장이 발부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서부지검에 모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던 금감원 직원 40여명은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김 부원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나고 말았다"며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금감원 노조는 "비리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사건에 금감원 임직원이 연루된 점에 대해 금감원 전 직원을 대신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검찰이 단순히 일부 피의자의 말만 믿고 임의로 (김 부원장을) 긴급체포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검찰이 이번 사건을 잘못 수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감원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적절히 대처하길 바라며 만약 이번 사건을 이용해 또다시 금감원에 대해 부당한 조치를 취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분이 확실한 차관급 인사를 긴급체포까지 한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김 부원장이 과거 각종 금융 비리와 관련, 10차례 넘게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무혐의로 밝혀졌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무혐의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한편 이근영 전 금감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김흥주씨를 김중회 부원장에게 소개해준 것 뿐"이라며 "김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당시에 많은 부실 상호금고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 살 사람을 물색하고 다닐 정도였다"고 김흥주씨와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도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