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신(新)잠실 시대가 열린다.

잠실 재건축의 첫 사업 단지인 '레이크팰리스(옛 잠실주공 4단지)'가 지난달 말을 시작으로 본격 입주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번 입주는 잠실 일대가 허름한 저밀도 주거지역이었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현대적 친환경주거단지로 탈바꿈해서 신 잠실 시대가 열리는 서막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4단지 신규 입주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잠실주공 1·2·3·4단지와 시영 등 5개 단지 2만4000여가구의 집들이가 모두 끝나면 잠실 재건축 지구(41만7000평)에는 새 입주민 6만3000여명을 포함해 관련 상업인구 등 줄잡아 10만명 이상이 새로 유입될 전망이다.

이들은 잠실종합운동장과 롯데월드,석촌호수로 대변되는 잠실 특유의 문화,체육,생활자본을 한꺼번에 누리면서 스스로 새 잠실생활권 창조의 주체로 떠오르게 된다.

송파신도시 뉴타운 등 줄줄이 이어질 송파권내 각종 개발계획도 이들에겐 잠재적 수혜가 될 전망이다.

잠실이 향후 강남권의 유망 주거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은 여기에서 나온다.

지상 30층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뛰어난 단지내 공동시설(커뮤니티)에 각종 생활·문화시설이 어느 곳 못잖게 풍부한 탓이다.

◆신흥 유망 주거·교육 메카로 변모

앞으로 신규 입주 재건축단지는 이곳에 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10억원대 이상 자산가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다.

레이크팰리스의 경우 34평형이 12억원을 호가하고,석촌호수 조망이 가능한 50평형대 호가는 22억∼25억원에 달한다.

새 입주민들은 소득이 높은 30∼40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다수가 소득 대비 교육비 투자 비중이 높은 성향이다 보니 학원시장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입주중인 레이크팰리스 주변 상가에는 벌써부터 유명 사설학원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대치동 학원가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대치동 D논술학원 관계자는 "새로 유입되는 인구 가운데 30~40대 고소득자들이 많은 편이어서,이들 자녀를 겨냥한 각종 대입학원 논술학원 등이 밀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잠실 지역이 대치동을 능가하는 새로운 사설학원 메카로 변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개발계획 집중

그러나 잠실 변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규모 개발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어 잠실의 업그레이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여동 일대 송파신도시(205만평)에는 5만가구 규모의 택지가 새로 조성된다.

여기에 40만평 규모의 문정지구엔 법조타운(3만2000평)과 정보기술단지,생명공학기술단지 등이 들어서고,동남권 유통단지(15만5000평) 등 인근 지역이 온통 개발 열기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거여·마천 뉴타운(27만4000평)도 개발중이고 6600가구 규모의 초대형 주거단지인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추진중인 555m짜리 초고층 제2롯데월드 건물까지 들어설 경우 잠실권은 그야말로 서울지역 최고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수도 있다.

또 이들 개발지역은 앞으로 상호 연계효과가 생기면서 잠실 일대를 대규모 주거·업무 복합지구로 탈바꿈시킬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교통 문제 해결 시급

잠실은 사통팔달 교통망이 가장 큰 발전 잠재력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도로망이 잘 발달돼 있다.

잠실대교부터 석촌호수,문정동까지 쭉 뻗어있는 송파대로가 남북을 관통하고,잠실종합운동장과 방이동 올림픽공원을 연결하는 올림픽로가 동서를 가로지르고 있다.

올림픽로를 타면 중부고속도로가 눈앞에 나타난다.

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세운 꼼꼼한 도시계획 덕택이다.

이런 기간시설망을 통해 잠실주민들은 업무·오락·상업지역인 강남은 물론 수도권 중심부,시외곽,지방까지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다.

이 같은 장점과 매력의 뒤편에는 적잖은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각종 개발계획이 마무리되는 2012년쯤에는 자칫하면 교통문제가 엄청난 골칫거리로 대두될 것이란 게 가장 첫 번째 문제점이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지금보다 30% 이상의 차량증가가 예상되고 있는데다 송파구 인구도 현재 62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몸집이 급격히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교통량과 인구증가에 따른 생활·문화 인프라가 적절히 확보되지 않으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잠실 T공인 관계자는 "잠실과 강남의 경쟁력은 결국 교통문제 해소와 초대형 업무시설,고급 커뮤니티 문화공간의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