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처형 일시중지 변호인 탄원 기각

이라크 국영TV가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학정기록을 내보내고 있는 가운데 그의 처형을 지켜볼 10여명의 공식 증인들이 30일 바그다드의 미군 특별경계구역인 '그린 존'으로 모여들고 있다.

미군은 폭력사태 증가에 대비 비상경계에 돌입했다.

이라크 정부는 후세인 독재시절 도입된 처형명령서 '레드 카드'를 비롯한 필요한 모든 서류를 준비해 놓은 상태다.

미국 법원은 후세인의 변호인들이 29일 밤 제출한 처형일시중지 신청을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콜린 콜라 코틀리 지법판사는 변호사들과 전화 심리를 마친 후 "후세인의 처형을 즉시, 일시적으로 유예해달라는 탄원인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관리들은 처형을 지켜볼 증인들은 이슬람 성직자와 의원, 고위 관리, 후세인 학정 희생자의 친척 등이라고 전했으나 교수형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후세인을 유죄판결한 고등법원 대변인 라에드 주히는 처형에 앞서 관련 서류가 낭독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서류에는 '레드 카드'와 고등법원의 결정, 말리키 총리가 서명한 판결승인문 등이 포함돼 있다.

후세인은 하루전인 29일 수감중인 독방에서 의붓동생 2명과 만나 개인 소유물과 유언장 사본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도하에 있는 후세인의 법률팀 멤버인 나지브 알 누에이미는 마지막 면회를 신청했으나 거부됐다고 29일 늦게 밝혔다.

그는 "암만에 있는 후세인의 딸이 나도 데려가 달라"며 울부짖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한 보좌관은 후세인이 30일 낮 12시 이전에 처형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세인은 1982년 자신의 암살을 기도한 시아파 회교도 148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후세인의 이복형제인 바르잔 이브라힘과 아와드 하메드 알 반다르도 같이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말리키 총리의 보좌관은 전했다.

이 보좌관에 따르면 처형시간은 29일 미국과 이라크 관리가 참석한 회의에서 합의됐다.

후세인의 신병은 처형 직전 (이라크에) 인도될 것으로 전해졌다.

후세인의 신병인도는 교수형이 집행되기전 마지막 절차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은 2003년 12월 생포된 이래 미국이 구금해 왔다.

이 보좌관은 미국은 후세인이 처형전에 수모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병구금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다른 몰락한 이라크인 지도자의 시체가 그랬던 것 처럼 팔.다리가 잘리는 등 후세인의 시체가 손상되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누에이미는 "미국은 후세인이 정중하게 교수형에 처해지기를 바란다"면서 후세인이 공개적으로 수모를 겪거나 시체가 손괴되면 "소요를 유발하고 미국이 비난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멘과 리비아 정부는 이날 후세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호소활동을 했다.

압둘 카데르 바잠말 예멘 총리는 미국 및 이라크 대통령에게 후세인의 구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고 예멘 사바통신이 전했다.

그는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후세인 처형은 종파간 폭력증가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도 알 자지라 TV에 출연, 후세인에 대한 재판은 불법이며 그를 국제법정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후세인의 구명을 호소했다.

(바그다드.카이로.워싱턴 AP.AFP=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