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世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올해의 뉴스 부동의 1위는 역시 부동산이다. 집값 땅값은 자고 일어나면 올랐다. 참여정부 들어서 8차례나 발표한 종합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값은 폭등했다. 행복도시,혁신도시,신도시,기업도시 등 30여곳 1억평을 개발한답시고 전국토가 투기장이 됐다. 와중에 재미 본 사람은 대부분 외지 투기꾼이다. 참여정부 들어 지난 4년간 강남 아파트값은 51%,강북은 25% 올랐다는데 지방 아파트에는 불꺼진 창이 즐비하다. 헌법소원까지 당하면서 수도 이전(移轉)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일부 지역주민에게 '버블세븐'이라는 주홍글자를 덧씌우면서까지 밀어붙인 부동산대책을 생각하면 기막힌 역설이다.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이 무엇인가.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600조원이 대박을 보장하는 부동산투자로 빨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돈의 건강한 흐름은 가계,금융회사,기업의 순서로 이뤄져야 한다. 가계가 번 돈을 금융회사에 저축하면 금융회사는 그 돈을 기업에 빌려주고 기업은 그 돈을 생산활동에 투자한다.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면 고용이 늘고 장사도 잘 돼 가계는 저축할 여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런데 돈이 역류하고 있다. 기업이 번 돈은 금융회사에 맡겨지고 금융회사는 그 돈을 부동산담보대출의 형태로 가계에 빌려주고 있다. 그러니 수출이 늘고 기업이 잘 나가도 부동산값만 오를 뿐 투자,고용,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자율 인상과 대출총량제를 통해 유동성(流動性)을 줄이자니 가뜩이나 어려운 한계기업과 부동산 실수요자가 울고 그냥 두자니 부동산값이 뛰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부동산안정을 위해 부동산시장만 쳐다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투자활성화가 청년실업 감소,내수 진작,분배를 위한 재정확충은 물론 부동산시장 안정의 실마리다. 지금 10대기업은 150조원,전체 제조업체는 300조원이 넘는 돈을 사내유보금으로 갖고 있다. 우리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규제가 주범이다. 걸핏하면 자의적 사후적으로 바뀌는 규제의 불확실성이 기업을 위축시킨다. 국내기업을 역차별하고 경영권이 위협받도록 하는 악성규제는 창의적 기업가정신을 억누르고 있다.

더이상 헤매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경제운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동산시장도 시장이다. 시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물 흐르듯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해 세금폭탄과 거래규제로 억지로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는 순간 부동산시장 안정은 물건너간다.

정부는 집 없는 사람과 집 있는 사람을 구별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집 없는 서민들이나 젊은 신혼부부에게는 정부가 책임지고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임대주택,대지임대부,환매조건부 등 공급방식의 다양화는 권장할 만하다. 주택분양자금의 장기저리융자,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융자지원,월세나 전세금에 대한 소득공제 세제지원 등도 전향적으로 도입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집 가진 사람들에게는 주택시장의 자율기능이 다양한 기호와 욕구를 반영해 수요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위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 주택 공급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반시설부담금 부과를 통해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더라도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어줘야 한다. 분양가상한제는 시장원리에 위배되고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다만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민간이 주택을 지을 경우 분양가격이 적정 한도 내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

부동산 세제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1가구1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는 재검토해야 한다. 꼬박꼬박 적금 부어가며 아끼고 모아서 집 한 채 달랑 마련한 사람들에게 단지 시가가 몇 억원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 징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양도소득세를 낮춤으로써 거래세 부담을 줄이고 기존주택의 공급확대를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