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제 전문지, 10월 백악관 비공개 토론회 소개

"중국이 내년 후반께 북한 군부를 움직여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시도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과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동북아 민간전문가들이 가진 비공개 '토론회'에서 이러한 얘기가 나왔었다고 '더 오리엔탈 이코노미스트(TOE)' 12월호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당시 동아시아 전문가들을 불러 중국의 대북 정책 현황과 앞으로 변화 가능성 및 그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은 얼마전부터 외교가에 나돌았으나, 참석자들의 함구로 구체적인 토론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미국내 일본 전문가들이 매달 보고서 형식으로 펴내는 10여쪽 분량의 TOE가 전하는 이러한 10월25일 백악관 모임 내용은 "중국과 협력을 통해 북한의 정권을 교체한다"는 부시 행정부 1기 때의 '럼즈펠드 메모'에서 이미 드러났던 미국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OE는 다만 이 백악관 모임의 성격이 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planning session)가 아니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thinking session)였으며,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한 중국의 북한 군부 쿠데타 사주 가능성에 관한 토론은 "중국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느냐를 한번 생각해본 것이며, '그럴 수도 있다'는 답은 매우 학술적이고 가설적이며 추측성이어서 현 시점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기 위한 토대는 아니다"는 한 참석자의 말을 전했다.

TOE의 편집장인 피터 에니스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 기사에 따르면 이 모임은 해들리 보좌관이 현재 전략국제문연구소(CSIS) 선임고문겸 일본팀장인 그린 전 보좌관과 접촉해 주선했다.

백악관측에선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 부시 대통령의 정치고문역으로 동아시아에 특히 관심이 많은 칼 로브 부실장도 참석, 1시간동안 진행됐다.

민간 전문가로는 전역미사일방어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CSIS 선임연구원도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그린 전 보좌관의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을 거부했다고 TOE는 전했다.

TOE는 참석자들이 모임 내용에 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으나 "대화의 핵심의 하나가 중국, 특히 중국의 대북 태도의 변화였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TOE는 "부시 대통령은 중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특히 중국 지도부가 핵무기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하기 위해 평양을 어느 선까지 압박할 생각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듣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대북 외교과정에 중국을 계속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 지도부가 대북 정책의 3가지 방안을 놓고 내부 토론중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TOE는 전했다.

이들이 예상하는 중국의 향후 대북 정책 기조는 ▲북한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강화되도록 지원해나가거나 ▲북한 정권이 정말 중국에 직.간접으로 문제만 일으키는 나쁜 정권이라는 생각에서 공격적으로 압박을 가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하지 않은 채, 현상유지를 받아들이고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그러나 "김정일에 대한 베이징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점점 김정일 지배하의 북한이 위험한 불량국가가 돼가고 있다는 입장쪽으로, 그리하여 내키지는 않지만 점점 '정권교체' 같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첨" 보인다고 TOE는 전했다.

중국의 북한 정권교체용 쿠데타 사주 시도가 있다면 내년 후반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내부 권력 강화 작업이 마무리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참석자들은 봤다고 TOE는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