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르면 내년 9월부터 민간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에도 원가연동제(분양가상한제)를 확대키로 한 가운데 민간 아파트 고분양가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알박기'를 막기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동시에 국회를 통과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 방안은 당정이 내년 중 시범 도입키로 한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분양제보다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오히려 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고분양가 논란 해소 여부 등이 주목된다.


○ 원가연동제는 땅값 규제 못해

당정이 내년 9월부터 재개발·재건축이나 주상복합 아파트는 물론 계획관리지역 등 민간택지 내 아파트에도 확대 적용키로 한 원가연동제는 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건축비(표준건축비)를 정부가 직접 고시해 분양가를 통제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원가연동제는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땅값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허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민간택지는 건설사들이 집 지을 땅을 언제,어떤 방식으로 매입했느냐에 따라 분양가에 포함되는 땅값이 천차만별이어서 택지비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가 의무화되더라도 택지비 기준을 매입가(장부가)로 하든,감정가로 하든 적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고 검증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택지 내 원가연동제가 주택 품질 저하 등 부작용만 키우고 분양가 인하 등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알박기 규제 강화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알박기 규제'법안(주택법 개정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주택건설업체들의 아파트용지 매입 비용을 낮춰 택지비 통제가 사실상 어려운 원가연동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사업승인을 얻기 위해 주택업체들이 우선 확보해야 할 택지 비율이 전체 대상 면적의 80%(현행 90%)로 줄어든다.

또 업체들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대상도 지구단위계획 고시일로부터 10년(현행 3년) 전에 소유권을 확보한 토지로 한정된다.

이와 관련,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감정가의 4~8배 땅값을 요구하는 토지 면적이 전체 주택사업용지의 6.8~23%에 이르고 사업 기간도 평균 7~9개월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알박기만 근절되더라도 토지매입비가 평균 8.9% 줄어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평균 3.6% 안팎 낮아질 것으로 연구원은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박기 규제 강화로 토지 매입비 감소는 물론 사업 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등을 통해 분양가를 상당부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간택지 공급기능 회복이 관건

이처럼 알박기 규제 강화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조치가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민간 주택사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택지 핵심 공급원인 재건축은 세제·부담금 등 각종 규제 강화 때문에,계획관리지역은 관리지역 세분화 지연 및 과도한 의무 확보 면적(3만평 이상) 규제 등으로 사실상 택지 공급 기능을 잃어버린 마당에 원가연동제만 확대한다고 분양가 인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11·15대책을 통해 내놓은 계획관리지역 용적률 규제 완화 등 민간택지 공급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