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건설업체와 시행사들의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아직 20%를 밑도는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신도시 및 노후 도심재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벌여 한국기업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기업의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베트남 정부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시장 진출을 고려 중인 국내 업체들은 충분히 사전검토를 한 후 실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충고하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시장 투자 열기

17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내 기업의 베트남 부동산시장 투자 규모는 약 2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GS건설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는 물론 대원,리앤코그룹,P&D코리아 등 중견·디벨로퍼 업체들이 신도시,주상복합,골프장 사업 등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최근 하노이 인근 하떠이 지역에 신도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민영우 베트남 총영사관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시장에 집중적으로 몰려 들고 있다"며 "신도시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이어 10층 내외의 중·소형 오피스빌딩에까지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투자여건도 좋은 편이다.

현지 우리은행 한용성 지점장은 "베트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 한국에서처럼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의 보수적인 대출심사를 떠나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로몬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베트남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을 겨냥,현지 진출을 위해 답사에 나서는 등 열기가 뜨겁다.

○사업성패 관건은 '인·허가'

그러나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베트남의 인·허가 절차를 잘 따져봐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의 인·허가 시스템은 하노이나 호찌민 등 해당 시(市)의 모든 사업관련 분야 관계자 전원이 참석해 도장을 찍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예컨대 사전에 베트남 정부와 양해각서 등을 체결했더라도 한 명이라도 불참하면 관련 회의가 다시 소집돼 허가를 내줄 때까지 사업이 연기된다.

베트남 정부 외에 인민위원회의 승인도 따로 받아야 한다.

특히 현지법인과의 합작투자에 비해 국내 기업의 단독투자는 훨씬 심사기준이 까다롭다.

여기에 토지보상,철거 등의 절차가 만만치 않은 데다 이른바 '통과료'에 대한 관행도 적잖은 걸림돌이다.

최근 호찌민에서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단독 개발사업권을 따낸 리앤코 그룹 이정학 회장은 "현지 사정과 인맥을 속속들이 잘 아는 전문가라야 인·허가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 가운데 이런 저런 '속앓이'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우건설의 하노이 신도시 사업은 사업추진 10년 만에 투자 허가가 나왔다.

호찌민에서 대규모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던 주택공사는 인·허가를 받지 못해 지난해 아예 사업을 포기했다.

금호그룹이 호찌민시에 건설 중인 호텔·아파트 아시아나 플라자는 일부 상가 철거가 늦어져 반쪽 부지에만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호찌민(베트남)=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