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산업계에는 크고 작은 기업간 인수.합병(M&A)이 끊이지 않으면서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그룹, 신세계 이마트 등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을 모조리 인수하면서 '토종'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대우건설의 인수는 재계 순위를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 유통.식품업계 M&A 몸살

이랜드그룹은 4월 한국까르푸를 1조4천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유통업계 M&A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뉴코아와 해태유통 인수를 비롯해 왕성한 M&A로 영역을 넓혀온 이랜드그룹은 까르푸 인수로 32개 매장을 넘겨받으면서 패션 아울렛 25개와 백화점 2개, 슈퍼마켓(킴스클럽마트) 32개까지 모두 91개의 유통매장을 확보, 패션.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업계 수위인 신세계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아닌 이랜드가 새 주인이 되면서 시장의 대형 판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전망은 한달여 뒤인 5월 신세계 이마트가 할인점업계 5위인 미국계 월마트 코리아의 지분 전량을 8천250억원에 인수하면서 더 확고해졌다.

신세계는 월마트 코리아의 16개 매장을 넘겨받으면서 전체 점포수를 국내 103개, 중국 7개 등 모두 110개로 확대, 업계 2, 3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51개)와 롯데마트(48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국내 할인점 업계는 이로써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이랜드의 4강구도로 재편됐으며 한국에 진출한 세계 1-2위 외국계 할인점이 모두 10년여 만에 전면 철수하면서 '토종' 할인점의 저력을 과시했다.

까르푸와 월마트라는 굵직한 매물을 잇따라 놓친 롯데쇼핑은 8월에 홈쇼핑업계 4위인 우리홈쇼핑 지분 53.03%를 경방으로부터 4천667억원에 사들였다.

롯데는 백화점과 할인점, 인터넷 홈쇼핑에 이어 TV 홈쇼핑까지 모든 유통채널을 아우르며 '유통 공룡'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 밖에 지난달에는 애경그룹이 삼성플라자와 삼성몰 등 삼성물산의 유통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장위축과 경쟁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도 M&A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거나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을 생존전략으로 택했다.

CJ는 2월 수산물가공업체인 삼호F&G를 인수했으며 지난달에는 미국 LA의 냉동식품업체인 옴니(Omni Food Inc.)를 68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CJ는 액젓과 김치 등을 판매하는 하선정 종합식품 인수를 놓고 협상중이다.

대상도 10월 포장김치업계 1위인 종가집 김치와 두부, 고추장 등을 포함하는 두산의 식품사업을 인수하며 신선식품부문을 강화하는 등 사업구조 정비에 나섰다.

어묵업체인 대림수산 인수전에는 CJ를 비롯, 대상, 오뚜기, 동원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모두 달려든 끝에 사조산업이 최종 인수됐다.

음료업체중에서는 동원그룹이 작년 7월 덴마크 우유로 알려진 디엠푸드를 인수해 유가공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지난 2월 해태유업까지 인수했다.

삼양사도 5월 외식업체 세븐스프링스를 인수하는 등 외식과 기존 사업 부문에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삼립식품도 올 초 식품안전 전문기업인 Bio & 21을 인수하며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

◇대우건설 매각..재계 순위 바껴

건설업계도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회사들이 부실을 털어낸 뒤 속속 매물로 등장, M&A가 핫이슈였다.

특히 대우건설 매각은 전 업계를 통틀어 가장 큰 관심이었다.

대우건설은 자산규모가 6조원에 육박하는 대형매물이어서 인수자로 선정되는 회사는 재계 순위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대우건설 본입찰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삼환기업 등 5개 회사가 참여하는 등 인수전이 치열했다.

인수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온갖 흑색선전이 끊이지 않았고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출자총액제한 완화와 도덕 감점제 도입 등 일련의 기준들이 금호측에 유리하게 배정됐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써낸 6조6천억원은 금융사를 제외한 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금액이어서 '고가 낙찰'에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인 자산관리공사와 가격협상끝에 최종적으로 6조4천255억원에 인수했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재계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또 다른 부실 건설사인 건영은 TA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9월 법원이 인수합병을 위한 정리계획 변경계획안을 인가해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TAS는 LIG손해보험 최대주주인 구본상씨가 대표로 있는 출동경비업체다.

동아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프라임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에 한 발 다가섰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동아건설의 파산절차는 중지되고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해 인수자측이 약정한 대로 채무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면 파산의 효력은 상실돼 동아건설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서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