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의 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산업기계 생산 업체인 타셋.자재를 쌓아 둘 곳이 없어 인근에 보다 넓은 공장을 사려다 포기했다.

이 회사 이인자 이사는 "지금 공장 부지(2000평)를 팔고 5000평 정도의 큰 곳으로 옮기는 데 추가로 100억원가량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평당 200만원 하던 시화공단 땅값이 올 들어 350만원으로 치솟은 탓이다.

이전에 드는 추가 비용을 대출받을 경우 한 달 이자만 최소 4500만원에 달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부천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하는 A사 김모 사장의 사정도 마찬가지.공장을 인천 남동공단으로 옮기기 위해 현지 중개업소를 찾은 김 사장은 "올초만 해도 평당 250만~300만원 선이던 공장부지 가격이 450만~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말에 공장 이전의 꿈을 접었다.

그는 "공단 땅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사둘 것을 권유받았지만 남동공단의 중소기업은 땅값이 평당 300만원 이상일 경우 영업이익을 낼 수 없다"며 "임대공장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장용지를 알아보러 왔다 김 사장처럼 포기하고 돌아가는 케이스가 한 달에 4~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치솟는 땅값 때문에 중소 제조업체들의 공장 신·증설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남동공단 내 공장용지는 올 한 해 동안 무려 두 배로 가격이 뛰었다.

반월·시화공단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상승했다.

화성·당진 일대 일반 공장용지 가격도 지난해 평당 50만~60만원에서 올해 평당 70만~200만원으로 올랐다.

이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공장용지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까다로운 대출심사 등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 대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던 공장용지에도 '투기성' 자본이 개입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런 사정에 따라 공장 짓는 것을 아예 포기하거나 땅값이 비교적 싼 지방행을 택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