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에 갔다. 경제자유구역 만든다고 떠들던 게 벌써 수년 전이다. 얼마나 변했을까.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나면 엄청 변하겠구나라는 확신이 확 들어온다. 비전과 꿈도 화려하다. 실제로 건물도 올라가고 다리도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분명 신명이 나 있어야 옳다. 그런데 왠지 어깨가 좀 늘어진 분위기다. 기대했던 만큼 외국인투자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 청장은 IBM 아태지역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할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IBM은 상징성이 있으니 다른 기업을 끌어오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계산에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만나러 가는데 북한 변수가 터졌다는 것이다. 유치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부터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람들이 되물은 건 무슨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연하다. 싱가포르는 세제혜택을 10년 주는데 3~5년을 제시하는 우리가 경쟁이 될 리 없다. IBM 아태본부의 상하이 이전 얘기가 나왔을 때 싱가포르는 15년까지 제시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세제가 전부는 아니다. 다른 요소에서 우리가 낫다면 해볼 만도 하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그럴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제자유구역이 비경제자유구역과 다른 게 무엇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법을 만들 때는 뭔가 차별화를 생각했을 텐데 지금 와서 따져보면 규제가 특별히 달라진 것도, 지원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란 평가다.

경제자유구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끼어있다. 외국인투자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도 말뿐이다. 일일이 관계부처를 찾아다녀야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경제자유구역이 혹 자기 관할에서 벗어나지나 않을까를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경제자유구역을 특별지자체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부가 내놓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해당 지자체의 선택에 맡겨버렸다. 이쯤되면 경제자유구역을 왜 만들었나 볼멘 소리가 안 나오면 그게 차라리 이상한 일이다.

균형발전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운 정부에서 경제자유구역이 처한 오늘의 모습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정치적으로 보면 균형발전만큼 매력적인 말도 없다. 때문에 이 정부가 쉽사리 방향전환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년 초에 획기적인 제2단계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학교, 국민이 서로 지방으로 가겠다고 할 정도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국내만 쳐다보는 제로섬게임의 극치다. 그럴 에너지가 있으면 이제라도 해외에 있는 기업이나 학교, 사람들이 서로 한국으로 오겠다고 할 정도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갈 법도 한데 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문 명칭은 IFEZ(Incheon Free Economic Zone)다. 이곳을 방문한 어느 외국인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Free from what?(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요?)" 이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 그건 경제자유구역이 아니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