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281만평)보다 큰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설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 간선도로 등 광역교통망 신설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입주 후 최악의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인근 경기도 고양시의 삼송,지축,향동지구는 총 330여만평에 달하는데도 사업 시행자가 달라 개발이 따로 따로 이뤄지는 바람에 종합교통대책이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평뉴타운과 삼송,지축,향동 택지개발지구 등은 같은 생활권에 위치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광역개발을 추진할 경우 '강북판 판교신도시'를 만들 수 있는 입지"라면서 "이런데도 건교부와 서울시가 따로 움직이는 바람에 광역도시계획은커녕 교통계획조차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입주시 도시 수준이 당초 기대에 휠씬 못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발계획 승인이 난 고양 삼송지구(154만평)의 교통망 신·증설은 지구에서 자유로 방향의 원흥~강매 간 도로(3.3km) 신설과 통일로 우회도로(3.3km) 및 통일로 확장(3.3km)뿐이다.

이에 따라 현지 주민들은 삼송지구 등의 입주가 본격화하는 2011년부터는 만성적인 교통 체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광역교통대책을 세울 의무가 없는 30만평(100만㎡) 이하 지구인 주택공사의 풍동(26만평),일산2(25만평),행신2지구(23만평) 등까지 감안하면 입주민들은 기존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 외에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또 5~6년 후에는 파주·김포·검단신도시와 청라·마곡지구까지 들어서 수도권 서북부 교통 여건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삼송지구의 경우 국민임대주택 단지여서 승용차보다 대중교통 위주로 광역교통 계획을 짰다"며 "재정 부족 등의 문제로 도로 신설이나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은평뉴타운을 개발하고 있는 서울시 역시 통일로 시 경계선에서 서울역까지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신설한다는 계획 말고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수도권 서북부의 열악한 교통상황은 판교신도시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판교 주변에는 신분당선뿐만 아니라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22.9km),탄천변도로(5.8km),판교~분당 간 도로(4.0km),풍덕천3~수서연결로(1.5km) 등 총 34.2km를 신설하고 국도 23호선(17.3km)과 57호선(4.2km) 등 21.5km를 확장한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수도권 서북부는 개발축인 남부에 비해 광역교통 측면에서 소외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서북부의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각 지구별 개발주체가 경기도·서울시·토공·주공 등으로 제 각각이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재원 분담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