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가격보다 싼 대형 마트 자체 상표(PB) 겨울 사과가 인기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들이 사과 수확이 막바지에 이른 12월 들어서도 가을 제철 가격에 사과를 판매하고 있어서다.

사과는 만생종의 경우라도 겨울에 접어들면 공급량이 줄어 농협 공판장,수도권 도매시장 등에서 '금값'에 거래되는 것이 보통.하지만 대형 마트들은 사과를 연초 미리 계약 구매하거나 출하가가 쌀 때 대량 매입·비축해 단가를 낮추고 있다.

산지선 물량 달려 가격 껑충

신세계 이마트는 '모닝팜 사과'를 전국 매장에서 7개 들이 1봉지에 4280원(6일 기준)에 판매중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가격(6000원)보다 30% 가량 싸졌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역시 PB 상품인 '알뜰상품 사과(5~6개 들이)'를 4990원에 내놨고,롯데마트는 고랭지에서 재배해 다른 대형마트 PB 사과에 비해 평균 당도가 높은 '와이즐렉 청송 꿀사과(4개 들이)'를 4980원의 가격에 맞췄다.

만생종 부사인 이마트 모닝팜 사과는 한 개(300g짜리 기준)에 611원꼴이다.

이에 비해 같은 날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는 같은 품종·등급(부사 2등급)의 사과가 개당 평균 800원(15kg 한 상자 4만원을 개당 가격으로 환산)에 낙찰됐다.

소매값이 도매시장 가격의 76.4%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사과 출하량이 줄면서 기존 유통경로로 공급되는 사과 시세는 치솟고 있다.

10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부사 품종 사과 한 상자(15kg,2등급)의 경락가는 한 달 전(2만5000원)에 비해 60%가 뛰었다.

그동안 같은 품종의 대형 마트 사과(15kg 기준)는 500원 이내에서 등락했다.

비결은 '계약재배+비축판매'

이처럼 사과 소매값을 도매 시세에 관계 없이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업체들이 농가와 연초 선매입 계약을 맺어 뒀거나 출하량이 많아서 가격이 쌀 때 집중 매입,비축해 뒀기 때문이다.

경쟁 점포보다 1원이라도 싸게 팔기 위해 매입가 낮추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결과다.

이마트만 해도 지난 가을(9~11월) 총 100만 상자(15kg짜리)의 사과를 매입·비축했다.

이마트는 이 중 약 20% 정도를 연초 입도선매 계약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지역 영농조합 법인,도매시장 중간 도매인,농협중앙회 및 지역 단위 농협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시세 하락기에 집중적으로 사들여 쌓아 뒀다고.

박성중 이마트 과일 바이어는 "한 달에 10만 상자 분량씩 매장에 내놓으면 최소한 6월까지는 같은 가격에 사과를 팔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이에 질세라 60만~80만 상자가량의 사과 '실탄'을 확보해 뒀다.

대형 마트들은 가격이 싼 비축 사과를 전단 '미끼 상품'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생종 부사는 쉽게 물러지지 않고 겨울철 실내 상온(섭씨 10~15도) 보관이 가능해 오래 저장해 놓고 팔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의 경우엔 '신고'가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품종이다.

대형 마트 과일 매장에 특히 부사 사과와 신고 배가 많은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