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 8월 11일 발표한 '2차 집값 담합 아파트'의 상당수가 발표 이후에 실거래가가 되레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건교부가 공개한 올 7~9월 아파트 실거래가를 토대로 2차 담합 아파트 41개 단지의 집값 변동을 분석한 결과 가격이 떨어진 곳은 3개 단지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집값이 수도권 전역에 걸쳐 평형 크기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오른 사정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지금 같은 집값 급등기에는 담합공개를 통한 가격 안정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달 말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들과 정보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집값 담합 적발 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오히려 정책의 수위를 높이려는 분위기여서 의도하는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담합 발표 이후에도 올라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현대홈타운은 호가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무색하게 담합 발표 이후 실거래가가 꾸준히 올랐다.

43평형은 7월 하순 4억800만원(22층)에 팔렸지만 8월 하순에는 4억20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한 달 뒤인 9월 하순에는 4억3000만원(27층)으로 올랐다.

국민은행이 매도호가를 기준으로 9월에 발표한 시세(3억5250만~4억2000만원)의 최고가보다도 1000만원이 더 높은 가격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3동 동부센트레빌도 마찬가지다.

7월 하순 3억1000만원(19층)이던 33평형은 8월 하순 3억4000만원(16층)에 거래가 이뤄졌고,9월 하순에는 국민은행 시세(2억6500만~3억5000만)보다 높은 3억6000만원(16층)에 매매됐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파주시 주변 단지의 실거래가는 더 많이 올랐다.

조리읍 그린시티동문 37평형의 실거래가는 8월10일까지 1억4000만~1억5000만원 선이었으나 8월 하순과 9월에는 1억5200만~1억83000만원으로 올랐다.

인근 세종공인 관계자는 "담합 발표가 정부의 정책홍보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정작 가격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짝효과'에 그쳐

담합발표의 효과도 단기에 그쳐 발표가 있었던 8월에만 거래건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곳들이 많았다.

경기 부천시 소사본동 소사SK뷰 32평형의 경우 담합 발표가 있었던 8월11일 이후 8월 말까지 20일 동안 단 한건의 거래만 신고되는 등 잠시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가격 안정효과는 크지 않았다.

7월 중순 2억4650만원에 거래됐던 7층 아파트는 8월 하순에 2억5800만원에 팔렸다.

9월부터는 거래도 다시 늘어 한 달간 9건이 거래됐고 가격도 올랐다.

부천 상동 반달마을 극동아파트 24평형도 8월에 1건이었던 거래가 9월 중순에는 7건으로 증가했다.

가격 인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났던 아파트는 전체 41개 단지 중 3곳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부평구 갈산동 아주아파트는 32평형이 7월에 1억6500만~1억8000만원이었지만 9월에는 1억7000만~1억7450만원으로 내렸다.

또 서울 노원구 상계동 미도아파트와 부천시 원미구 중동 미리내 한양아파트가 그나마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공개 정책 실효성 의문

이에 따라 건교부가 현재와 같은 집값 급등기에 담합을 공개하는 것이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담합 발표가 특정세력의 매도호가를 지켜주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담합 사실을 알아내기도 힘들 뿐더러 지금 같은 정도의 제재로는 담합 아파트로 공시를 한다고 해도 담합세력이 타격을 입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주택공급을 늘려 시장에서 매도자의 힘을 낮추는 것이 담합의 피해를 줄이는 장기적인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담합 아파트로 지정한 단지의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없어 담합유형을 파악하는 등 기초 자료만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김유미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