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은 유독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만 좋아하는 것 같다.

미녀인데다 기량도 출중한 그를 좋아하는 건 세계적으로 동일하지만 샤라포바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이는 21일 세기의 빅매치로 관심을 모은 '현대카드 슈퍼 매치 Ⅲ 로저 페더러 vs 라파엘 나달'의 경기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주최 측은 경기 시작 전까지 일반표 2천 장이 팔리지 않았다며 흥행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2만원, 8만원씩 했던 지정석은 이미 표가 없어 못 팔 정도였으나 1만3천석 규모의 잠실 실내체육관 맨 위층 쪽에 자리 잡은 자유석은 빈 곳이 자주 눈에 띠었다.

시작 시간이 '평일 저녁 6시'라는 한계 탓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세계랭킹 1.2위 선수가 한 해를 정리하는 둘 만의 사상 첫 시범 경기를, 그것도 생전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 벌이는 터라 폭발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벌어진 샤라포바와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의 이벤트 경기는 1만 석이 모두 찼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휴이기도 했고 더군다나 샤라포바가 나섰기에 더욱 사람들이 몰렸는지 모른다.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는 이런 현상을 "분명 기현상"이라고 진단한다.

4대 메이저대회의 TV 시청률을 따져도 페더러가 출전하는 남자 단식 경기가 샤라포바가 나서는 여자단식 경기보다 약간 더 높다.

다국적 스포츠브랜드의 남자 선수들에 대한 후원액도 여자 선수에 대한 그것보다 더 많다.

일반 팬들의 상품 구매 효과에 있어 남자 선수들이 보다 파괴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주최측은 어찌 보면 당연히 세계 테니스 최강을 다투는 역대 최고의 빅매치인 페더러-나달전이 엄청난 흥행 대박을 터뜨리기를 자신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세계 최고라는 페더러와 나달의 명성도 한국에서 샤라포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샤라포바는 내년 1월1일 린제이 대븐포트와 '현대 카드 슈퍼 매치 Ⅳ'를 위해 한국땅을 네 번째로 찾는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