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100만달러 이하)이 허용된 지 22일로 6개월을 맞는다.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부쩍 높아졌지만,대부분의 투자는 시세차익보다는 여전히 유학생 자녀 등을 위한 실거주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각에서 우려했던 '묻지마'식 해외부동산 투자 러시는 미국과 중국 부동산가격 '거품' 논란과 부동산 사후관리 등의 문제로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지난 5월22일 이후 해외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국내 투자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투자용 해외부동산 빗장이 풀린 지난 5월 이후 10월까지 해외부동산 투자금액은 3억400만달러로 작년 한 해 전체 투자액(900만달러)의 33배에 달하고 있다.

투자건수 역시 같은 기간 763건으로 작년 한 해의 29건에 비해 급증하는 추세다.

◆투자 80% 이상은 실거주 목적

해외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시세차익 목적이 아닌 실거주용인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자체에 대한 규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해외'로 돈을 내보내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양미라 뉴스타부동산 실장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해외부동산 투자의 80% 이상은 유학생 자녀를 위해 해외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가장 일반적인 투자자 유형은 강남·분당·용인의 40~50대 거주자로 30만달러의 자기 자본을 갖고 모기지론 등 현지 대출 시스템을 이용,60만~70만달러짜리 집을 구입하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해외부동산 역시 실수요 차원이 아니면 힘들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것 같다"며 "여윳돈이 있는 자산가들도 환(換)리스크에다 해외 현지의 관련 법규도 잘 모르는 탓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수익 겨냥한 상품 인기

이런 가운데 임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건설이 두바이에 짓는 주상복합 '두바이 반도 유보라타워'다.

지난달 12일 선착순 동·호수 확정 방식으로 국내 판매를 실시한 결과 109가구 공급에 190명이 가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연간 12% 이상에 달하는 임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같은 두바이에서 주상복합 및 사무실 분양사업을 추진 중인 성원건설도 "임대수익을 겨냥한 국내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해외부동산 전문업체 코우사가 지난 9월 들여온 하와이 와이키키의 호텔식 콘도(아파트)인 '트럼프 타워 와이키키'도 국내 분양물량인 40가구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태한 코우사 차장은 "분양받은 콘도를 호텔객실로 임대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커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해외업체 국내설명회 잇따라

한국 투자자를 향한 해외 주택건설업체와 분양대행사들의 시선도 뜨겁다.

지난 6월 미국의 9개 대형 주택업체들이 국내에서 분양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 건설업체와 시행사들이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여는 투자 설명회가 잇따라 열리는 추세다.

임채광 루티즈코리아 팀장은 "해외부동산 투자 성공사례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현재 100만달러로 묶여 있는 투자금액 한도가 앞으로 폐지될 경우 시세차익을 겨냥한 본격적인 해외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