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혜택 위주 연금제도와 과도한 저축으로 인해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자산운용업 육성, 이민 문호 개방 등의 정책적 대응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8차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고령화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정책 방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권 부총리는 "급격한 고령화에 관련해 한국에서는 과도한 혜택 위주의 연금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특히 연금 제도의 미성숙으로 축적된 연금이 금융시장에 충분히 환류되지 못해 과도한 저축(over saving)에 따른 내수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총리는 "한국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 중에 있으며 과도한 저축을 투자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자산운용업 등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고 성장의 과실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서 여러 제약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민 문호 개방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권 부총리는 국제수지와 관련, " 경상수지 흑자국 중 시장의 기대와 달리 환율조정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국가들이 조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권 부총리는 "투명하고 공정한 IMF 총재 선출방식이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 채택하고 있는 심사.투표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적은 WB의 지배구조개선 과제도 G-20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는 세계경제 전망, 고령화에 대응한 정책대응 방안, IMF와 WB 개혁 등에 관해 참석자간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다소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위험요인으로 미국경제의 둔화, 유가 재반등,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인플레 압력 등을 지적했다.

IMF 개혁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전체 회원국 대상 쿼터 특별증액, 저소득국 대표권 강화, 총재 선출방식 개선 등 제2차 IMF 지배구조개선 과제를 오는 2008년 9월 IMF 연차총회 개최 전까지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권 부총리는 이날 회의장에서 오미 고지 일본 재무장관, 짐 플래허티(Jim Flaherty) 캐나다 재무장관 등과도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권 부총리는 오미 고지 장관과의 면담에서 최근 지속된 엔화약세로 인해 한국의 수출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향후 양국의 동반성장을 위해 엔화의 과도한 약세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국 재무장관은 이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내년 초 제2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권 부총리는 플러허티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지난 9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캐나다가 우리나라의 쿼터 특별증액을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양국간 경제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FTA 협상을 가속화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