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이면 낮은 가격에,많은 물량을,조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한 당·정협의에서 이번 대책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권 장관의 설명대로 '11·15대책'의 핵심은 '공급'이다.

2003년 10·29대책,2005년 8·31대책,2006년 3·30대책 등 지금까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대책의 큰 틀이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급선회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급 확대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들의 중장기 집값 불안 심리는 어느 정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수요가 많은 곳에 대한 공급대책은 빠져 있어 집값 상승의 불씨를 완전히 잡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재경부가 배포한 40쪽 분량의 11·15대책 발표자료 중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수요관리 방안은 단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공급 확대 정책이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종전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선회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공급 확대 외엔 더 이상 쓸 수요 억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는 8·31대책이 완결판이었다.

주택담보대출도 3·30대책에서 조일 만큼 조였다.

주택담보대출을 더 죄면 서민층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 수많은 수요 억제책이 아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다.

쓸 만한 수요 억제책은 다 써봤지만 그동안 집값을 잡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더 이상 수요 억제만을 고집할 순 없었을 것이다.


○10·29 때 공급 신경 썼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대해 일단 반기면서도 뒤늦은 감이 있다는 반응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공급 확대쪽으로 정책방향을 돌린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이런 공급 확대 대책은 2003년 10·29대책 때부터 제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결정한 10·29대책 때부터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책을 함께 썼다면 지금과 같은 정책실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확실히 바뀌었다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주려면 신도시뿐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온 강남 재건축 규제나 분양가 원가공개 제도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재적소 공급 이뤄져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는 물량이 아니라 시장 수요가 있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1970~1980년대는 아무 곳에나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이 됐지만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지금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며 "서울 강남 인근 등 수요가 많은 '적재적소'에 신도시를 공급해야 나중에 미분양 등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인기지역의 공급물량이 늘어나 공급과잉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를 비롯해 김포 영종지구 청라지구 등 개발이 밀집된 인천권이 대표적이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는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2010년 이후에는 수도권 외곽은 집이 넘쳐나고,서울 강남권은 집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에 여전히 재건축 규제 완화나 양도세 한시적 인하 등이 빠진 걸 전문가들이 아쉬워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강남 재건축 활성화나 층고제한 완화를 통해 도심권 주택공급을 늘리고,2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등을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 거래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이 포함됐더라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차병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