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김모(39)씨는 용인과 광주 일대에 기존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다가 최근 새 아파트 청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른 데다 매물도 귀해 당장 집을 사기가 두려워진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청약을 하려고 보니 이번엔 분양가가 마음에 걸린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데다 앞으로 정부가 신도시에 짓는 중소형의 경우 평당 700만-800만원대로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하니 청약을 하는 게 옳은 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정부가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상황이 이런 데도 고분양가의 주역인 해당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청약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분양가를 무시하고 청약을 해야 할까.

◇ 수도권 '고(高) 분양가' 수두룩 =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5일 청약에 들어갈 서울 성동구 성수동 현대 힐스테이트는 평당 평균 2천140만원, 펜트하우스의 경우 평당 3천250만원에 분양승인을 받았다.

인근 아파트 시세가 평당 최고 2천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싼 금액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10-12일 사흘간 3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안종합건설, 신일, 엘드, 우남건설, C&우방 등 5개 건설사가 동시분양을 하는 시흥시 능곡지구도 분양가 문제로 분양승인 과정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10-12일 모델하우스 방문객에는 무려 5만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건설사들은 중대형은 평당 평균 880만원(펜트하우스는 900만원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중소형은 평당 770만-780만원에 분양승인을 신청했으나 시흥시는 평당 100만원 가까이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에 분양하는 아파트 204가구도 평당 1천300만원대에 분양승인을 신청했지만 광주시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청약시장이 달아오른 점을 틈타 건설사들이 슬그머니 분양가를 올려 배짱 분양을 하고 있다"며 "서울, 수도권 민간 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경우는 드물 정도"라고 말했다.

◇ 분양 받을까 말까 = 이러한 '고(高)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대체로 분양을 받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부사장은 "이번 정부 대책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 택지의 아파트로 확대되더라도 땅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분양가 인하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인기지역에 공급하는 품질좋은 아파트는 청약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적용될 청약 가점제에서 불리한 통장 가입자들도 청약을 서둘러야 하는 부류로 꼽힌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분양가를 낮춘다면 결국 판교신도시와 같은 인기지역은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 '로또'나 다름없어진다"며 "특히 유주택자나 신혼부부, 핵가족 등은 가점제 시행 이후 인기지역 당첨이 더욱 힘들어지는 만큼 적극 청약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도시 공급이 늘더라도 단기간에 집값이 안정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청약 대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서울, 수도권 인기지역은 웬만해서는 입주 시점에 분양가 이하로 시세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처럼 주택시장이 불안할 때는 신규 아파트 청약이 내집마련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묻지마 청약'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특히 자기 자본이 부족한 사람은 정부가 조만간 담보대출을 옥죌 태세여서 주의해야 한다.

청약 대상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재료 있는' 아파트로 한정해야 한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자녀수가 많은 청약예.부금 가입자도 조급증을 버리고 느긋한 자세로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청약가점제에 유리한 사람들은 지금 무리하게 청약하는 것보다 2008년 이후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될 송파, 파주, 수원 등 신도시를 노리는 게 좋다"며 "지나치게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도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가 공급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