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후끈 달아오른 법원 경매 … 발디딜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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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6일 오전 서울 구의동 동부지방법원.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매법정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거나 작은 메모지에 무언가 적는 모습이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법원경매 취재에 동행한 김형배 지지옥션 부동산투자팀장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가격을 쓸 때 쳐다보다간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단돈 1원의 차이로 명암이 갈리는 경매시장에선 흔한 풍경이란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강동구·성동구·광진구 등 동부권 경매물건을 다루는 동부지법 경매7계의 이날 일정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법정 안은 순식간에 300여 명이 가득 들어차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통에 10여명은 법정 안에 발도 디디지 못한 채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김 팀장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엔 경매에 오는 사람이 줄게 마련인데 오늘은 이례적으로 많이 몰렸다"면서 "요즘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집값이 워낙 뛰다 보니 조급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봐도 매물이 없어 경매를 통해 내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진행된 경매에서 가장 인기를 끈 부동산은 단연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었다.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에는 평균 7~8명이 경합을 벌였다.
대부분 처음 경매에 부쳐진 물건들이어서 싼 값에 낙찰받을 수 있는 주택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그래도 유찰된 물건은 많지 않았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졌다는 윤정호씨(49·가명)는 "2~3주 전부터 강남권 중개업소를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지만 매물을 구할 수 없어 왔다"면서 "일반 매매시장도 그렇지만 경매시장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경매법정에 인파가 몰리면서 감정가보다 60~70% 높은 고가 낙찰도 속출했다.
특히 감정가 2억~3억원 선의 주택에는 10~20명이 응찰에 참여하는 것이 예사였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11차 29평형의 경우 인기도가 떨어지는 1층인 데도 불구하고 감정가 3억2000만원보다 2억원 높은 5억2180만원에 낙찰됐다.
11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박모씨는 "재건축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져 버린 물건이어서 응찰했다"면서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받았지만 시세는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전용면적 13.9평짜리 다세대 주택인 대우하이츠 역시 감정가는 2억원이었지만,낙찰가는 3억150만원에 달했다.
김 팀장은 "이 다세대주택은 대지지분이 7.7평가량 되기 때문에 재개발을 염두에 둔 투자자가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동구 성내동의 다세대 주택인 목양빌리지(전용 18.2평)는 21명,강동구 길동 우성아파트(31평형)는 11명이 각각 경쟁에 나서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심지어 송파구 방이동의 연립주택,강동구 천호동의 상가아파트 등은 반지하 주택인 데도 불구하고 4~6명이 입찰경쟁을 벌이는 등 인기가 높았다.
천호동 반지하 주택(감정가 4000만원)에 입찰했다 떨어진 정미연씨(가명)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 반지하 주택이라도 사려고 왔다"면서 "누군가 땅값만 보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 공부'를 하기 위해 법정에 나왔다는 주부 이순영씨(가명)는 "경매 법정에 많이 돌아다니는 편인데 요즘처럼 경매시장 분위기가 뜨거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특히 투자보다 실수요 목적으로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진 게 요즘 경매시장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경매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이사는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물 없이 호가만 뛰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경매시장까지 과열되고 있다"면서 "특히 경매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가 대부분 6개월 이전에 이뤄져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낙찰가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경매로 낙찰받은 주택의 취득·등록세가 지난 9월부터 2%로 낮아진 점도 매력"이라며 "주택난이 가중될수록 경매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거나 작은 메모지에 무언가 적는 모습이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법원경매 취재에 동행한 김형배 지지옥션 부동산투자팀장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가격을 쓸 때 쳐다보다간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단돈 1원의 차이로 명암이 갈리는 경매시장에선 흔한 풍경이란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강동구·성동구·광진구 등 동부권 경매물건을 다루는 동부지법 경매7계의 이날 일정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법정 안은 순식간에 300여 명이 가득 들어차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통에 10여명은 법정 안에 발도 디디지 못한 채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김 팀장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엔 경매에 오는 사람이 줄게 마련인데 오늘은 이례적으로 많이 몰렸다"면서 "요즘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집값이 워낙 뛰다 보니 조급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봐도 매물이 없어 경매를 통해 내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진행된 경매에서 가장 인기를 끈 부동산은 단연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었다.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에는 평균 7~8명이 경합을 벌였다.
대부분 처음 경매에 부쳐진 물건들이어서 싼 값에 낙찰받을 수 있는 주택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그래도 유찰된 물건은 많지 않았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졌다는 윤정호씨(49·가명)는 "2~3주 전부터 강남권 중개업소를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지만 매물을 구할 수 없어 왔다"면서 "일반 매매시장도 그렇지만 경매시장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경매법정에 인파가 몰리면서 감정가보다 60~70% 높은 고가 낙찰도 속출했다.
특히 감정가 2억~3억원 선의 주택에는 10~20명이 응찰에 참여하는 것이 예사였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11차 29평형의 경우 인기도가 떨어지는 1층인 데도 불구하고 감정가 3억2000만원보다 2억원 높은 5억2180만원에 낙찰됐다.
11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박모씨는 "재건축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져 버린 물건이어서 응찰했다"면서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받았지만 시세는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전용면적 13.9평짜리 다세대 주택인 대우하이츠 역시 감정가는 2억원이었지만,낙찰가는 3억150만원에 달했다.
김 팀장은 "이 다세대주택은 대지지분이 7.7평가량 되기 때문에 재개발을 염두에 둔 투자자가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동구 성내동의 다세대 주택인 목양빌리지(전용 18.2평)는 21명,강동구 길동 우성아파트(31평형)는 11명이 각각 경쟁에 나서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심지어 송파구 방이동의 연립주택,강동구 천호동의 상가아파트 등은 반지하 주택인 데도 불구하고 4~6명이 입찰경쟁을 벌이는 등 인기가 높았다.
천호동 반지하 주택(감정가 4000만원)에 입찰했다 떨어진 정미연씨(가명)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 반지하 주택이라도 사려고 왔다"면서 "누군가 땅값만 보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 공부'를 하기 위해 법정에 나왔다는 주부 이순영씨(가명)는 "경매 법정에 많이 돌아다니는 편인데 요즘처럼 경매시장 분위기가 뜨거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특히 투자보다 실수요 목적으로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진 게 요즘 경매시장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경매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이사는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물 없이 호가만 뛰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경매시장까지 과열되고 있다"면서 "특히 경매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가 대부분 6개월 이전에 이뤄져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낙찰가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경매로 낙찰받은 주택의 취득·등록세가 지난 9월부터 2%로 낮아진 점도 매력"이라며 "주택난이 가중될수록 경매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