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국가정보를 미국 정부에 유출하고 있다는 미확인 주장이 31일 국회 문광위 국감장에서 제기돼 논란이 됐다.

백 회장과 함께 공동으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신현덕 대표이사는 이날 국회 문광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 경인방송 개국 준비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백 회장이 국내정보를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백 회장은 내게 방송 개국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 국내정세 분석, 노무현 정권에 대해 미국측이 취할 수 있는 방향 등에 대한 문서작성 작업을 시켰다"며 "백 회장이 `이 일을 발설하면 3대, 4대까지도 보복을 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 회장이 자신에게 건네줬다는 정세동향 문건을 국감장에서 공개한 뒤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해 그릇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서 한국의 신인도를 낮추게 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들어 있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당국에 신변보호를 정식으로 요청해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병문(池秉文) 의원이 "증인의 진술이 위증일 경우 관련법에 의해 처벌된다"고 재차 확인했지만 신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백 회장은 "(신 대표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백 회장은 "신 대표가 외신(기자)을 했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가 연관된 정세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내가 국내정세를 모르니 때때로 보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이 일이 이런 장소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음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신 대표가 공개한 문건에 대해 "더러 아는 분들이 있어서 여러 문건을 받는 것은 있다"고 설명했지만, 문건들을 미국으로 전달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사기관에서 밝혀지겠지만 간첩누명을 쓰고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다"며 "조사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 (신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방송사 최고경영인이 국가정보를 유출했다는 주장에 대해 여야 의원들도 논란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믿을 수 없는 문건을 가지고 공방을 벌일 수 없다"며 정회를 요구했고,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도 "국기를 흔들 수 있는 출처 분명의 자료를 갖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경인방송 내부의 권력투쟁이 있는지, 외부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공영방송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경영진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편 박찬숙(朴贊淑) 의원은 최근 간첩단 사건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장민호씨가 올해 초까지 대표로 재직한 미디어윌테크놀로지는 경인방송 2대 주주인 M사의 계열사라는 사실과 관련, "결과적으로 고정간첩이 국민의 소유인 지상파방송사 사업에 간여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