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30일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의 대북제재에 정부가 동참하고 대북포용정책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숙사(관악사)가 `한반도 평화와 21세기 한국의 외교전략'을 주제로 마련한 `관악사 콜로키움' 특강에서 "대북 포용정책은 하나의 이념이 돼서는 곤란하며 북한 인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북포용정책이 한반도 평화에 상당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핵실험이란 상황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반성과 방향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했다.

정부가 2003년 북의 핵보유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이 원칙이 무너진 상태인 만큼 기존의 대북 포용정책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새로운 상황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런 원칙으로 포용정책을 추진할 때에야 비로소 서방세계도 동참하게 된다.

원칙과 기준 없이 무턱대고 지원하고 현금이 유입되도록 방조한다면 북한이 지원금을 미사일이나 핵을 개발하는데 쓴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진출 등에 대해 "긍정적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금강산 관광으로 현찰이 직접 북으로 유입되고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을 북한 정부에 직접 주는 것은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서는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결의안에 성실히 참여해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 뒤 북한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북한 주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외부에 대한 소원과 단절을 의미하는 `소극적 자주'에서 나아가 외국을 우리의 국익에 맞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적극적 자주'의 관점이 깔려 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적극적 자주의 관점에서는 참여정부 이후 불었던 `탈미친중' 분위기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서 나오는 얘기다.

경제 및 군사 규모로 볼 때 미국을 포기하고 중국을 선택한다는 것은 국제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참여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윤 교수는 2004년 1월 물러난 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복귀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