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을 위해 김포·파주·광교 등 2기 신도시와 공공임대주택 공급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집값 급등이 투기세력이 아니라 '주택수급 공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값 상승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서둘러 해소하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집값불안 피해자는 결국 서민

우선 이번 집값불안은 강남발(發)이 아니라 서민들이 많이 사는 강북발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집값불안의 최대 피해자가 저소득·무주택 서민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집값은 추석 연휴 직전 서울 강북·강서 등 서민주거지역의 전세난→은평뉴타운 및 파주신도시 고분양가 논란 등에 따른 주변 집값상승→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으로 번지면서 검단신도시 발표를 전후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가 10·29대책이나 8·31대책,3·30대책 등을 내놓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전세의 경우 수요억제 정책으로 전세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면서 매물은 줄어든 반면 쌍춘년 효과,강북 뉴타운 개발 바람 등으로 전세물건을 찾는 사람은 크게 늘면서 수급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결국 중·소형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매매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고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여 수급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양시장도 3년 연속 감소

여기에 수도권 신규 분양은 지지부진하다.

2004~2005년 중 수도권 주택공급 실적은 당초 목표(58만2000가구)에 비해 17만9000가구나 적은 40만3000가구 공급에 그쳤다.

더욱이 올 들어서도 8월 말까지 연간 목표치(25만3000가구)의 34%에 불과한 8만6039가구가 공급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태다.

우선 대폭 강화된 재건축 규제로 참여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주택공급물량의 8.5%를 차지했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분양이 급감했다.

한때 연간 주택공급 실적의 11.5%를 담당했던 관리지역(준농림지) 역시 난개발 방지 등을 위해 대폭 강화된 용적률 규제 때문에 주택공급이 사실상 끊겨 주택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2기 신도시 조기 분양 가능해

전문가들은 2기 신도시와 국민임대주택 단지 내 아파트 공급시기를 앞당길 경우 매물부족에 따른 중·소형 주택 구매수요를 분산시켜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상당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파주신도시의 경우 문화재 발굴 등으로 분양시기가 내년으로 대거 연기됐지만 다음 달이면 4만6000가구에 이르는 1·2단계 지역의 통합실시계획이 확정돼 판교처럼 택지조성 전에 아파트를 충분히 조기 공급할 수 있다.

광교신도시(2만4000가구)도 연말에 실시계획이 확정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분양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서울시가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키로 한 은평뉴타운도 분양시기(공정률 80% 이후)를 공정률 30~50% 이후로만 조정해도 1만5000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내년 상반기에 공급이 가능하다.

○임대주택 공급시기도 탄력있게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국민임대주택이나 공공(10년) 임대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공정률 60%를 넘긴 뒤에 공급하고 있는 것을 조금만 앞당겨도 당장 내년부터 입주자 모집이 가능한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 안에 들어서는 국민임대주택단지 가운데 2003년 말 사업승인이 완료된 성남 도촌,의왕 청계 등 11곳(총가구 4만5000여가구)과 2차 국민임대주택단지(22곳·16만가구) 중 지난해 말 이미 실시계획승인이 떨어진 물량(2만8000여가구) 등은 내년 상반기부터라도 공급을 시작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이미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2기 신도시의 분양시기를 앞당길 경우 내년 이들 지역에서만 적게는 5만가구,많게는 10만가구 안팎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수급난에 따른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상당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건설교통부가 최근 밝힌 대로 계획관리지역에 대한 용적률 규제 완화를 조기 시행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춰 다세대·다가구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수도권에서만 파주 고양 화성 김포 남양주 연천 여주 포천 양주 이천 등 15곳이 이미 관리지역 세분화를 위한 주민공람을 마쳤다.

전체 세분화 대상 중 60% 안팎이 계획관리지역으로 편입되기 때문에 관련 법령 개정을 서두를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