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대한화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투자에 나선 한국지배구조펀드(KCGF) 고문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는 27일 "현재 태광산업, 대한화섬 외에 여러 기업들에 투자, 관련 경영진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3층 코스모스홀에서 '최근 국내외 지배구조펀드의 운용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63차 한국IR협의회 조찬강연회에 참석한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에 대해 시장에서는 먹고 튀는 외국계펀드라는 비난이 많지만 10~20년간 장기 투자할 계획이며 펀드 규모도 앞으로 최대 5천억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장교수의 조찬간담회 및 일문일답 주요 내용.

--추가로 투자한 기업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최근까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외에 추가로 여러 기업들에 투자한 상태로 현재 이들 기업의 경영진.대주주와 접촉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우리의 기업지배구조개선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내에 투자한 기업들 중에서 2~3개 기업을 추가로 공개할 것이다.

(투자 대상 기업이) 반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으며 중기업들 중에서 수익성이 좋고 미래 영업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사례로 자산주가 부각되고 있지만 반등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태광산업은 시장에서 자산주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업도 잘하고 IPTV 진출 등 새로 추진하는 사업도 훌륭하다.

다만 자산과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감이 넘쳐 (지배구조개선 요구 등에) 우호적이지 않다.

또 국내 기업들 중에는 영업을 잘하고 신성장산업 진출 등으로 미래가 밝지만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중견기업들이 많다.

정말 좋은 회사인데 시장의 신뢰가 부족해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며 장기적으로는 비상장기업도 기업공개(IPO)시 참여할 의사가 있다.

--펀드 규모 등 계획은.

▲지분 5%를 소유해 뭘 하겠냐고 하지만 5%로 할 일이 너무 많다.

3개월 내에 단기 투자 성과를 내고 청산한다면 할 일이 없겠지만 5년, 10년 장기 투자해서 먹겠다고 한다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과거의 일(경영실책 등)로 투자한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생각도 없으며 최소한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지,보장하는 기업이라면 경영권도 보장해줄 것이며 세월이 흘러 지분을 파는 시점에는 (원한다면) 오히려 경영진에게도 팔 수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의 규모는 개인적으로는 2천억원으로 제한하고 싶지만 장기적으로는 최대 3천억~5천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투자자들의 주식 매각 제한 기간도 현 2년에서 3~5년으로 늘릴 것이다.

펀드가 성장하면 공모 형태로 개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장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도 받을 계획이다.

또 꼭 펀드에만 투자할 필요가 있냐, 우리가 투자한 종목에 개별적으로 투자해 주가수익을 향유, 프리라이더해도 된다.

--'먹튀', 헤지펀드 등의 논란과 관련

▲먹기는 하지만 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한국 기업에만 투자하는 컨트리펀드여서 10~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모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돼 있다.

펀드의 규모는 당초 공개한 1천300억원 수준에서 좀 더 늘었으며 외국계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최근 투자문의를 해오고 있다.

--경영권 위협 등의 논란에 대해.

▲소유한 주식은 당연한 사유재산이지만, 경영권이 사유재산인가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을 하는 분들 중에서 주식회사제도를 부정하는 경우나 경영권을 사적 재산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

경쟁의 최종의 상품은 경영권으로, 경영권에 대한 도전이 활성화돼야 기업이 발전하는데 이게 싫다면 상장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절대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50%+1주를 소유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럴 이유가 없다.

이건희 삼상그룹 회장 측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은 3.5%에 불과하고 순환출자를 통해서도 50% 지분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오랜 기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지분구조를 갖고 있다면 최고의 기업이다.

--외국계 및 펀드의 투자에 대한 우려와 관련.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들이 많은 데 대해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애국적인 발언같지만 상당히 국수적이고 위험한 발언이며 달리 해석하면 망국적인 발언이 될 수도 있다.

주식회사를 지키는 방법은 주식을 소유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실제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국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 우리 기업을 지키자고 하면서 우리는 왜 투자를 안하고 외국인은 왜 투자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또 펀드 등의 외국계의 투자에 대해 기업 인수.합병(M&A) 등까지도 우려하지만 뮤추얼펀드가 M&A를 시도한 사례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적대적인 M&A는, 예컨대 삼성전자의 지분을 소니 등의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취득할 때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투기논란에 대해선.

▲학자들 사이에서도 투기와 투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투자 기한으로 구분한다.

외국인은 투기꾼이고 한국인은 투자자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길게 투자하면 투자자, 짧게 투자하면 투기꾼이라고 하는데 투자 기간만 놓고 볼 때 외국인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1년반 정도이나 국내 투자자들은 훨씬 짧고 작년 통계로는 외국인은 10개월, 개인투자자는 1개월반에 불과하다.

또 소버린의 SK투자기간은 2년4개월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