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알코올 도수 19.8도의 신제품 '참이슬 후레쉬'를 홍보하기 위해 'CIS(참이슬의 약자):참이슬 후레쉬 수사대'란 CF를 선보였다. 수사관역을 맡은 모델들이 첨단 과학수사를 통해 소주의 깔끔한 맛의 비밀을 찾는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여기서 CIS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외화 'CSI 과학수사대'의 패러디.

국내 제품광고에 패러디물이 등장할 정도로 'CSI (Crime Scene Investigation)'드라마가 인기다. 젊은층이 많이 보는 케이블TV 시청률 1위를 굳게 지키고 있으며 일부 케이블TV는 24시간 내내 CSI 관련물만 방영하는 'CSI데이'를 마련할 정도다.

사이버공간에서는 네티즌이 CSI 시리즈물 내용과 등장인물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각종 블로그와 카페가 유행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과학적 범죄수사라는 새로운 장르가 특정분야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층에 어필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CSI 수사대'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마이애미 등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각종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소소한 증거물들을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해 분석,진범을 색출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물적 증거가 없으면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다는 'CSI 신드롬'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다.

이 드라마가 지금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대충대충'으로 상징되던 기존 사회문화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층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거의 마니아적 지식을 얻고자 하는 점에서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며 "이 드라마의 '과학정신'이 새로운 문화를 생산해 내고 사회에 변화를 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우선 수사와 법정문화의 과학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실제 경찰이나 검찰에도 과학수사 기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 최근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사관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실제 서울경찰청은 다음 달 초 '한국판 CSI 실험실'을 설치키로 했다. 총 2억원의 설비 예산을 투입,범죄 현장감식과 증거물 분석을 담당하는 '다기능 현장증거 분석실'을 만들기로 한 것.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사체 검시와 화재감식,범죄분석 등을 통해 증거물의 분석♥감정♥분류 등을 담당한다.

경찰은 내년 정원이 확보되는 검시관 13명과 범죄분석요원 10명 등 전문 인력을 분석실에 우선 배정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행정자치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업무를 주로 맡겼지만 신속한 감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자체 분석실을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그간의 '주먹구구식'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혐의입증을 위한 과학수사 기법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재판정에서 공방을 통해 유♥무죄를 결정짓는 공판중심주의에선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보다 법정에서 하는 증언이 우선시되는 만큼 검찰 조사과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녹음♥녹화조사실을 확대하고 검찰 조사 과정을 글로 만든 조서가 아니라 조사내용은 물론 얼굴 표정,목소리까지 생생히 담긴 영상CD를 대신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2008년 대검에 '디지털 증거수집분석 센터'도 만들 계획이다.김동욱·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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