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하락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본 대기업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50%가량을 일본에 수출했던 안산의 철구조물업체 K사는 올 들어 일본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계속되는 원·엔 환율 급락으로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일본 수입업체에 계속 납품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적어도 2004년 수준인 100엔당 1000원은 돼야 하는데 지금 수준으로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 디지털밸리에 있는 플라스틱 금형업체 K사의 박모 사장도 최근 본사를 방문한 일본 시계업체 S사 관계자들과 내년 납품 물량 및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 사장은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됐다며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했으나 이 회사와 10여년간 거래를 해온 S사는 오히려 올해 공급가보다 10%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사장은 "S사측에서는 중국 저가 시계들과 경쟁하려면 금형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지난해 일본에 인형,손지갑 등 팬시제품 3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던 모닝글로리는 원·엔 환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수출물량을 10만달러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

선박용 어군탐지기 등을 일본에 100% 판매하고 있는 에코트로닉스는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다.

연초부터 일본의 납품처에 가격 인상을 꾸준히 요구,지난 5월 납품가를 높이는 데 성공한 것.하지만 회사측은 "만약 환율이 75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지는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며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다시 한번 긴축 경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