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對 그루지야 결의안 채택 안돼

그루지야 당국이 러시아 군 정보장교들을 첩보활동 혐의로 체포,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트빌리시에 주재하는 외교관 및 가족들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30일 외교관 2명, 영사 2명, 경비대원들을 제외하고 40명의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이 이날 비상대책부가 급파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떠났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트빌리시에서 철수한 러시아인들은 90명에 달한다.

모스크바로 귀환한 뱌체슬라프 코발렌코 트빌리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장교 4명의 석방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루지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알렉산드르 바라노프 러시아 북카프카스 군관구 사령관은 30일 그루지야에 주둔중인 러시아 병력을 당분간 철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긴장 국면에서 그루지야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과 통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군을 철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루지야 내 바투미와 아할칼라키 등 2곳에 군기지를 두고 있는 러시아는 그루지야 측과 합의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점차적인 철군을 진행해왔으며 오는 2008년 말까지 전원 철수시킬 예정이다.

발레리 체첼아쉬빌리 그루지야 제1 외무차관은 이날 "그루지야에 있는 러시아인들은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 측이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관을 철수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양국 간에는 상대방 영토에서 정찰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협정이 있는데 러시아 측이 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관계가 정상으로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측의 주도로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예정이었던 대(對) 그루지야 결의안은 미국 측이 지난 29일 수정안을 내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 대해 백악관 측과 충분한 협의가 안됐다면서 수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러시아 대표부는 "미국 측 수정안은 당초 제출안 초안의 성격을 바꾸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채택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루지야 내무부는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자국 내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군 정보장교 5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으며, 이들 중 1명을 석방하고 4명을 재판에 회부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