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복지예산 증액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도로를 비롯한 SOC 건설이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도로 확장 공사의 경우 평균 15년으로 늦어지면서 '공사가 끝나는 즉시 보수에 들어가야 할 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공사 지연 등으로 인한 비효율과 추가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제때 예산을 배정하지 못해 외상 공사를 하는 바람에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외상공사 대금이 올해 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관공사 파행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고 SOC 부실로 인한 경제성장 동력이 장기적으로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5년 걸리던 국도 공사, 평균 15년으로 늘어져

올해 장기계속계약 방식(예산 여건을 감안해 당해 연도 예산만을 편성해 계약하는 제도)으로 건설 중인 154개 국도 공사에 배정된 예산은 54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는 정상적인 공사 금액인 15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라면서 "이 경우 공사 품질 등을 감안할 때 통상 5년 정도 걸리는 국도 공사 공기가 15년 가까이 더 연장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사가 비정상적으로 장기화되면 한 곳에선 신규 공사를 하고 다른 곳에선 보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산축소 가능성이 높은 낙후지역 공사 수주를 기피하는 건설사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고도의 집중적인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터널 장대교량 등의 경우 예산 배정이 불충분하면 공사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공사 지연으로 건설 현장의 노무비 자재비 현장관리비 등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일차적으로는 건설업체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건설회사는 이 부담을 추가 공사비로 정부에 청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 가는 셈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올해 이미 완공됐거나 완공 예정인 57개 국도의 공사비를 조사한 결과 총 예상 공사비는 4조2100억원이었으나 실제로 투입된 공사비는 5조1900억원으로 약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사비를 늦게 지급하는 바람에 대형 업체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특히 하도급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하소연하고 있다.

대형 S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중소 하청업체들은 주택경기 불황 등으로 한계 상황에 봉착한 가운데 관공사 대금까지 밀리는 바람에 벼랑 끝에 서 있다"면서 "정부는 신규 착공을 줄이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공사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공기가 지연되는 곳 중 상당수가 강원도 등 교통 여건이 취약한 곳이어서 소외감을 더욱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공사 구간이 장기 방치되면 주변 지역의 교통 혼잡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 발행 등 대책마련 시급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진행 중인 SOC 건설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국채 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공기나 착공이 지연되는 장기계속 공사와 시급히 완성할 필요성이 높은 공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디스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추가 발행되는 국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올해 말로 만기가 되는 교통시설특 별회계를 연장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교통 시설에 대한 중앙정부 투자의 대부분을 교특 회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교특 회계를 페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급히 완공할 필요가 있는 사업을 민간 투자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장기계속계약 대신 계속비계약제(총공사 대금과 연도별 배정금액을 계약시 정해 두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가속화 우려

정부는 내년에도 SOC 투자를 4%가량 줄일 예정이어서 가뜩이나 침체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전문가들은 SOC 투자 축소는 곧바로 경제 성장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OECD 등의 자료를 비교해보면 SOC 확충 수준은 주요 경쟁국보다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SOC 투자를 확대하기는커녕 축소함에 따라 성장동력은 더욱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