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5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 4남매에게 에버랜드 CB가 넘어가는 과정에 삼성 비서실이 개입한 추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달 19일 이건희 회장이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 핵심 관련 인물인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학수 부회장 조사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사할 분량만 서류로 수백쪽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진 조사를 통해 (비서실 등 그룹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과 진술을 다져놓았다"며 보강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이재용씨 등 4남매가 에버랜드 CB를 인수할 때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차장을 지냈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뒤를 이어 1997년 비서실장을 지내 CB 인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으로 검찰을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면서 이 회장 자녀들의 `자산운영' 차원에서 에버랜드 CB가 재용씨 남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보강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당시 관련자들이 이건희 회장의 CB 편법 증여 사전인지 가능성과 관련해 "이 회장에게 보고한 바 없다.

모든 것을 비서실에서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부인해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이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소환 조사가 19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언제든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 참석 이전이 될 수도 있고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996년 11월 최소 주당 8만5천원인 에버랜드 CB 125만4천700여주를 기존 주주들이 실권하자 이사회를 거쳐 주당 7천700원에 이재용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해 작년 10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법학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 주주 등 33명을 특경가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