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고급주택 단지로 부상하고 있는 차오양베이루. 지난 2일 이곳에 마련된 '칭허완 아파트 단지'의 분양사무실 분위기는 한 달 전보다 크게 한산했다.

단지 안팎에 9홀 골프장,실내외 수영장,국제학교 등 고급 부대시설이 조성되는 데다 입지 여건도 좋아 지난 7월까지만 해도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분양 사무실 관계자는 "두 개 동을 추가 분양 중인데 지난달 초 정부가 외국인 투자 규제와 양도세 부문을 보다 엄격하게 따지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고급 아파트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불자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의 대서양아파트 단지에선 지난달 31일 '세일 분양'에 나섰다.

앞으로 추가로 건축할 31층짜리 두 개 동의 경우 분양가를 기존 단지보다 20% 정도 저렴한 ㎡당 9500위안(약 114만원)에 내놨다.

이 단지는 가격 인하에 한국인 등 외국인에게는 팔지 않는다는 단서까지 붙여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부동산투자 규제가 잇따르자 나중에 계약 취소를 우려해 아예 중국인에게만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 달 전 내놓은 부동산시장 규제 대책은 '외국인은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만 집 한 채를 살 자격을 주고 대규모 투자자의 경우 별도 법인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 5년 내 주택을 팔면 양도세를 엄격하게 부과한다'는 것이다.

정책 발표 한 달이 지난 현재 주택 분양 및 매매 시장에서는 급격한 거래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의 하루 평균 신규주택 매매는 395건으로 4월의 513건보다 30%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매매 부진이 아직은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정부의 대책 시행이 이제 갓 한 달 정도 지난 상태인 데다 규제 대책에 딸린 세부 시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분양업체인 조인JS 장현정 부장은 "거래 감소는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보다는 정부의 후속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외국인이 주택을 사려면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증 절차·기관 등 구체적 조치가 발표되지 않아 외국인과의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이 아주 얼어붙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 이외에 대형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의 대형 투자기관은 올 상반기에만 15억달러를 중국 부동산 시장에 투입했고 하반기에도 15억달러를 추가로 쏟아부을 예정이다.

ING그룹도 3억5000만달러짜리 중국 부동산펀드를 모집 중이다.

한국의 미래에셋도 지난 7월 상하이 푸둥 지구에 23억4000만 홍콩달러(약 2869억원)에 대형 오피스빌딩을 매입했다.

베이징의 베이징우평투자컨설팅 이운학 사장은 "중국 경제가 상승 궤도에 있기 때문에 해외 대규모 투자자본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이 아닌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