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사의 아이팟(iPod)을 만드는 한 대만계 기업이 자사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했다가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선전(深<土+川>)의 홍푸진(鴻富錦)정밀공업의 한 관리는 중국 상하이(上海)의 유력 경제지인 제일재경일보의 두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금액을 당초 3천만위안(36억원 상당)에서 1위안(120원)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대만 팍스콘(Foxconn)의 자회사인 홍푸진은 이와함께 두 기자의 집과 은행계좌, 자동차에 대한 가압류도 해제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의해 피소된 웡바오(翁寶)와 왕여우(王佑) 기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중국 언론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홍푸진의 손배소는 제일재경일보의 6월 15일자 보도에서 비롯됐다.

웡과 왕, 두 기자는 팍스콘의 선전 법인인 이 회사의 근로자들이 하루 12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급여는 한달에 1천위안(12만원 상당)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근로자들은 장시간 작업대에 서서 노동을 해야하며 동료와의 대화도 금지돼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런 보도가 나가자 두 기자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거액의 손배와 함께 자산 가압류 신청을 냈고 선전중급인민법원은 7월 10일 회사측의 가압류신청을 승인했다.

하지만 여론은 이와 달랐다.

홍푸진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법원의 가압류 승인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많은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은 먼저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장시간 '착취'하는 공장에 대해 정부가 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홍푸진의 손배소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신문에 기사를 쓰는 것은 기자의 직업적 의무인데 신문사가 아닌 기자 개인만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의 가압류 승인에 대해서도 법원이 기초적인 사전조사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자산을 압류했다고 비난했다.

사건 이후 두 기자의 블로그에 근 200만명이상이 방문, 두 기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냈다.

중국의 인터넷 포탈인 신랑왕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4만3천250명의 참가자 가운데 48.1%가 홍푸진이 패소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41.2%는 회사와 두 기자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승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5.8%에 불과했다.

홍푸진은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30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두 기자에 대한 배상금액을 상징적인 수준인 1위안으로 낮추고 소송 대상에 두 기자의 소속 언론사인 제일재경일보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팍스콘이 자사에 부정적인 기사를 빌미로 언론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팍스콘은 지난 2004년 5월에도 대만의 한 기자를 상대로 91만2천달러의 소송을 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jbt@yna.co.kr